커지는 송유관공사 책임론…법적 처벌까지 이어질까
(고양=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작은 풍등에 국가 주요시설의 수백만 리터 기름이 불탄 고양 저유소 화재에 대해 시설을 운영하는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실화 혐의로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이 긴급 체포됐지만, 여론의 화살은 오히려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말라"며 공사 측을 겨냥했다. 국감 현장에서도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며 공사 측의 책임이 법적 처벌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기존 고양경찰서 수사팀에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인력까지 더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공사 측으로부터 안전관리규정 관련 내부 문건, 시설 내외부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제출받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먼저 잔디밭에 불이 붙은 후 저유소 탱크 내에서 폭발이 일어나기까지 18분 동안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풍등은 오전 10시 36분께 탱크 주변에 떨어져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18분 후인 54분께 폭음을 듣고서야 화재를 인지했다. 휘발유 탱크 외부에는 화재 감지 센서가 없기 때문에 인지가 늦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부 화재 등 특이 사항은 관제실 폐쇄회로(CC)TV를 주시하거나 순찰로 파악해야 한다. 만약 18분 동안 근무자가 매뉴얼을 어기고 감시 감독 업무에 소홀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형사 입건될 수 있다.
현행 송유관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관리규정의 준수의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송유관 측은 "폭발을 인지한 직후 바로 매뉴얼대로 CCTV를 화재 휘발유 탱크 쪽으로 돌리고, 폼액 소화장치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폭발 직전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의 행적과 책임 범위, 매뉴얼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경찰 관계자는 11일 "평소 감시 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CCTV가 처음 연기가 났던 지점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이후 수사관들이 관련 매뉴얼과 안전규정을 숙지하고 당시 근무자 등 관계자들을 불러 규정대로 행동했는지 따지는 작업까지 필요해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불이 난 저유소의 시설물이 적법하게 설치, 운영됐는지와 평소 점검 등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대형 기름 탱크 옆에 잔디가 있었던 점과 유증 환기구의 외부 불씨 유입을 막을 수 있는 화염방지기가 없었던 점은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 건설 당시 부실공사의 가능성까지 살펴보기 위해 설계도면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시설물 등에 대한 안전 규정 위반 정황이 드러나도, 이를 직접적인 화재의 원인과 연결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안전규정과 시설물 운영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며 관계자의 형사 입건이나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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