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사우디 매체 "카슈끄지 시신 총영사 관저 정원에 매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을 방문한 전후로 실종된 사우디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됐다는 의혹과 관련, 그의 시신이 사우디 총영사의 관저 정원에 매장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 당국이 강하게 살해 의혹을 부인하는 데도 관심사는 살해 여부가 아니라 살해 경위와 시신 처리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중동 언론 MEE는 10일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직접 아는 터키 소식통이 "터키 당국은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돼 총영사 관저로 그의 시신이 옮겨져 정원에 매장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터키 당국은 언제, 어디서 카슈끄지가 살해됐고 어디서 시신을 훼손했는지 안다"며 "터키 감식팀이 (총영사관에) 들어간다면 정확히 장소를 지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EE는 터키 경찰이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통하는 하수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법의학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카슈끄지가 살해된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8일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 한 외교관을 만나 필요한 서류를 요청했다.
이 외교관은 그를 사우디 정보요원에게 보냈고, 이 요원은 "다음 주에 다시 오면 서류를 발급해 주겠다"며 돌려보냈다. 카슈끄지는 10월 2일 오전 총영사관에 전화해 서류가 준비됐다는 말을 들은 뒤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10일 공개된 CCTV를 보면 카슈끄지는 2일 오후 1시14분 총영사관에 들어갔다.
그가 방문하기 30분 전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현지인(터키인) 직원들은 "오후에 고위급 회의가 있으나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 총영사관으로 돌아오지 말고 퇴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총영사 집무실에서 기다리던 카슈끄지를 남성 2명이 그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갔고, 그곳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또 다른 방으로 옮겨 토막을 냈다.
오후 3시15분 검은색 승합차 1대가 총영사관을 떠나 수백m 떨어진 총영사 관저로 이동하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 MEE는 이 승합차가 시신을 운반했다고 의심했다.
MEE는 "사우디 총영사는 사건 발생 사흘 전부터 관저를 떠나지 않았으며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며 "터키 경찰은 관저와 총영사관의 차량을 수색하고 싶으나, 사우디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총영사관 건물에 대한 수색은 동의했다.
이어 "사우디 측이 총영사관 관제실의 CCTV 화면을 저장한 하드드라이브를 2일 모두 제거했다"며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가기 전 아이폰을 약혼자에게 맡기고 애플워치만 차고 들어갔는데 동기화되는 이들 기기에 터키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카슈끄지는 지난해 9월 미국에 건너가 체류하다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하려고 이스탄불을 찾았다.
사우디 정부는 그가 살해됐다는 의혹과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그가 총영사관을 떠난 뒤에 실종됐다고 반박한다.
MEE는 사우디에 비판적인 온라인 매체로, 사우디는 카타르, 무슬림형제단이 배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MEE는 사우디가 궁지에 몰리게 된 이번 카슈끄지 실종 사건을 집중 보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한 보도의 정확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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