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에 기고…영사관 방문 전 심정, 실종 전후 사정 소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의 약혼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약혼자의 실종 사건을 규명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인 하티제 젠기즈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약혼자가 사우디 영사관을 들어간 뒤 나왔다는 증거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이같이 간청했다.
젠기즈는 또 살만 국왕,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측에도 협조를 부탁하면서 영사관의 CCTV 영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젠기즈는 편지에서 약혼자 카슈끄지와의 관계를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자신이 이스탄불에 살기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던 카슈끄지와 두 나라를 오가며 만나왔고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카슈끄지가 터키를 방문한 것도 자신과의 결혼 때문이었다며,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려 했다고 말했다.
실종된 날에도 약혼자가 영사관에서 업무를 마치고 나오면 둘에게 필요한 전자제품을 사러 가고 결혼 날짜도 잡으려 했다고 전했다.
젠기즈는 실종 전후 사정도 공개했다.
젠기즈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지난달 28일 1차로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 그는 사우디에서 일고 있는 전례 없는 체포 바람에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지만,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사실을 참작했다.
또 자신의 견해가 특정인들을 화나게 했을 수 있지만, 그와 사우디 간의 긴장은 증오나 원한, 위협까지 갈 상황도 아니라고 봤다.

카슈끄지는 외교 공관에 있는 사람에 대해 해를 끼치거나 체포 혹은 구금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될 것이며 터키 영토 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치 않았다.
결국, 첫 방문을 통해 긴장감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필요한 서류 작업이 잘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후 카슈끄지는 지난 2일 별다른 의심이나 걱정 없이 두 번째로 방문했다.
그러나 그가 영사관에 들어간 지 3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고 영사관 측이 "이미 떠났다"고 말하면서 공포가 밀려들었다고 젠기즈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젠기즈는 하루하루 지나면서 희망이 꺼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카슈끄지가 살아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실종과 관련, 지난 8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동맹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방문 국가로 사우디를 찾았으며 사우디의 실세 빈살만 왕세자와도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언론인으로, 지난해 9월 사우디를 떠나 미국에 거주하며 미국 시민권도 신청했다. 약혼녀 젠기즈가 터키 국적인 탓에 터키 정부에 혼인 신고를 하려고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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