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지식'…현실 넘어설 미래가치 주목한 노벨경제학상(종합)
지식의 경제성장효과 주목한 '내생적 성장이론' 폴 로머
'기후 온난화' 경고한 윌리엄 노드하우스도 공동 수상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김경윤 기자 =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기후변화, 지식 등 미래가치에 주목한 경제학자 두 명에게 돌아갔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주창자로 유명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62)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지식을 강조하며 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반전론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77)는 지구 온난화를 인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여온 경제학자다.
전통 경제학이 미처 주목하지 않은 가치를 발굴해 인류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개척했다는 점은 노벨경제학상이 인정한 두 학자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줄곧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된 저명 학자이기도 하다.
◇ '연구가치'에 주목한 폴 로머…자본과 달리 지식은 한계생산 증가
로머 교수는 기술 진보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내생적 성장' 이론의 선구자다.
그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수석 부총재를 지냈다. 경제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호르스트 클라우스 텍텐발트 경제학상을 받은 경력도 있다.
그는 경제성장의 주요한 동력으로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조해왔다.
생산요소 중 하나인 자본은 투입량이 증가할수록 한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의 이론이다.
그는 지식은 자본과 달리 축적될수록 오히려 한계 생산성이 향상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 개발을 통해 얻어낸 지식은 쉽게 전파되고 공유될 수 있다. 제삼자가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인 효용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외부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 로머는 이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모형을 개발, 연구에 대한 투자로 혁신을 이뤄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그의 연구는 이전까지 경제성장 동력으로 제시된 기술 발전에 대한 연구가 좀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로머 교수는 도발적인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 경제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명료한 글쓰기는 명료한 사고를 낳는다. 엉성한 글쓰기는 엉성한 사고를 낳는다"면서 경제학계에 대놓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거침없는 그의 성격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로머는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WB가 집계하는 기업환경평가에서 칠레의 순위가 급락한 것은 평가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평가 조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조작된 흔적을 보지 못했다"며 "나도 잘 알지 못했던 것을 명확하게 하려던 시도에 대해 사과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는 논란 직후 15개월 만인 올해 1월 WB 이코노미스트직을 사임했다. 공식임기는 2020년 9월까지였다.
폴 로머는 2007년 미국 스탠퍼더 경영대학원 교수 재직 당시 한국을 방문한 인연도 있다.
그는 당시 "한 국가의 성공은 한 사람의 리더나 기업에 의해 좌우되기보다는 제도의 틀이 얼마나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며 대학 교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혁신과 창조적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폴 로머의 연구는 앞으로의 성장과 발전에 더욱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 지구 온난화 경고 목소리 높인 반전론자 노드하우스
노드하우스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각국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안을 제시한 경제학자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경제모형·이론 개발에 주력해왔다. 온실가스 감축, 탄소비용 산출 등에 대한 국제협약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그가 영국의 경제학자 스턴 등과 벌인 사회적 할인율에 대한 논쟁은 학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 정책처럼 편익과 비용이 장기에 걸쳐 발생하는 사업은 미래의 편익을 현재 가치로 어떻게 환산하느냐에 따라 사업 타당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
그는 2008년 연구에서 사회적 할인율을 5%로 보고 온실가스 1단위 배출로 인한 총 사회적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했다.
스턴 등 다른 학자는 노드하우스보다 더 낮은 할인율을 제시해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가치를 더 높게 추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기후변화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온실가스 저감 활동 등 사회적 활동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데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최근 발간한 저서 '기후카지노'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인간계와 자연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기후변화를 늦추는 정책의 경제적 측면 등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인간이 "기후카지노의 중심에 서서 지구 온난화라는 주사위를 굴리고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반전론을 주창한 경제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전쟁이 가져온 반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공개하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전 비용이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990억달러에 달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1조9천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4년에는 인플레이션 조정 후 미국의 2차 대전 비용은 2천억 달러, 베트남전은 5천억 달러라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는 경제성장의 문제와 항상 같이 언급된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시점에 시의적절한 수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머와 노드하우스가 각각 주목한 지식과 기후변화 가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인류가 맞닥뜨린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노벨위원회는 8일 "이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해 연구해왔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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