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저유소 큰불…중요시설 화재 예방 제대로 되고 있나
(서울=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7일 일어난 대형 화재가 발생 17시간여 만인 8일 새벽 가까스로 진압됐다. 주말 낮 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발생한 큰불과 이어진 폭발로 화염이 30m 상공까지 치솟고 검은 매연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인근은 물론 수도권 지역 상당수 주민이 장시간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유류를 대량 보관하는 저유소에서 큰불이 난 만큼 철저한 원인 조사와 책임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고양 저유소에는 14개의 유류 저장탱크를 포함해 총 20개의 각종 탱크가 있는데, 불이 난 옥외 휘발유 저장 탱크(용량 490만ℓ)에는 대형 탱크로리 250대 분량에 해당하는 440만ℓ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이 대응 단계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고 소방헬기 등 각종 진화 장비와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진압에 나섰지만, 탱크 아래 밸브를 통해 기름을 빼가면서 유류 화재에 사용되는 폼 소화설비를 이용해야 해 진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저유소의 총 유류 저장 용량이 7천700만ℓ에 달하는데 불이 다른 탱크로 번져 연쇄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화재 원인을 놓고 탱크 내 휘발유 유증기 폭발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고양경찰서는 스리랑카 근로자가 날린 풍등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그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것은 소방당국·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스안전공사 등 4개 유관기관이 착수한 합동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화재 직후 곧바로 작동돼야 할 자동 소화시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화재 예방이 철저해야 할 곳에서 불이 난 것도 문제지만 사후 대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인재일 가능성이 커 보이게 한다. 저유소는 안전이 매우 중요한 시설로 위험에 대비해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불이 나고 초기 진화도 적절히 되지 못한 이유는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혹시라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2001년 민영화 이래 이런 사고를 처음 겪는 대한송유관공사는 전국에 산재한 저유소와 송유관로, 펌핑장 등 시설 일체에 대한 정밀점검을 벌여 사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 많은 유류를 보관하는 저유 시설 등의 사고는 한순간에 많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다. 인화물질이나 위험물질을 대량 취급하는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2014년 세월호 사고 후 재난 예방과 대비를 강화하고 있지만 허술한 곳은 여전히 많다. 이번 사고가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국가적 중요시설에 대해 관리를 철저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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