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입증 한국 여자골프 "MVP요? 우리 네 명 모두요!"(종합)
김인경-유소연-박성현-전인지, 안방서 인터내셔널 크라운 우승 합작
(인천=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여자골프가 안방에서 세계 최강의 자리에 등극했다.
김인경(30), 유소연(28), 박성현(25), 전인지(24)로 구성된 한국은 7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160만 달러)에서 승점 15를 기록해 우승했다.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은 2014년에 창설돼 격년제로 열려 올해가 세 번째였다.
한국은 지금도 세계 랭킹 10위 안에 4명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지난 시즌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3개 대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개를 휩쓰는 등 누가 뭐래도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이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인 이 대회에서는 2014년 3위, 2016년 2위 등 우승 문턱에서 발길을 돌리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스페인(1회), 미국(2회)에 내줘야 했다.
올해 열린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주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먼저 '골프 여제' 박인비(30)가 대회 출전 기회를 후배들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혀 전력 약화가 우려됐고, 또 그동안 LPGA 투어에서 정상의 자리를 놓고 다투느라 경쟁 관계가 두드러졌던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팀워크를 발휘하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세계 랭킹 1위 박성현과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김인경, 또 지난해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박성현과 공동 수상한 유소연과 메이저 통산 2승에 빛나는 전인지가 각각 팀을 이룬 우리나라는 조별리그를 5승 1패로 가볍게 통과했다.
또 싱글 매치플레이에서도 4명이 2승 1무 1패를 합작하며 승점 15를 쌓아 승점 11에 그친 미국과 잉글랜드를 따돌리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골프 중심지는 한국'이라는 마이클 완 LPGA 투어 커미셔너의 선언과 함께 우승 왕관이 한국 선수들에게 수여되며 한국이 여자골프 세계 최강으로 공인받는 장면이 연출됐다.
우승을 합작한 네 명도 서로 우승의 공을 다른 선수에게 돌리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먼저 유소연은 "저희가 메이저 대회도 한 달 남았다고 긴장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이 대회는 몇 달 전부터 긴장이 됐다"며 "(김)인경 언니가 저희를 한마음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해줘 그 덕에 우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자 김인경이 "워낙 훌륭한 선수들이 팀을 이뤄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저는 이번 주를 쉼표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몸을 낮췄다.
김인경은 막판까지 추격해온 잉글랜드의 브론테 로와 싱글 매치플레이를 이기면서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4전 전승을 기록한 전인지는 "막내로서 언니들과 호흡을 잘 맞춰 우승하고 싶었는데 너무 기쁘고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다"며 "잘 끌어준 인경 언니, 많은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준 소연 언니,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성현 언니가 좋은 하모니를 이뤘다"고 즐거워했다.
박성현 역시 "저는 정말 도움이 안 된 것 같은데 언니들과 인지가 잘 해줘서 처음 출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성현 언니가) 카리스마 넘치게 핵심적인 것을 대회 내내 짚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경기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한 명씩 답해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맏언니'인 김인경이 "누구 한 명을 꼽을 수 없다. 우리 전부"라며 "누구 한 명이라도 없었으면 우승은 불가능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김인경은 "우리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팀 화합이 말할 수 없이 좋았다"고 선수들 모두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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