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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첩보기관 맞아?" 러 첩보원 질질 흘린 흔적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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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첩보기관 맞아?" 러 첩보원 질질 흘린 흔적에 덜미
헤이그 OPCW 해킹 작전 전모 노출…러 잇따른 첩보작전 실패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러시아 외교관 여권을 가진 4명의 남성이 지난 4월1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쫓기듯 초라한 모습으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네덜란드에 들어온지 불과 나흘만이었다. 이들이 들고다닌 휴대전화와 해킹 작전에 쓰려던 전자장비도 네덜란드 보안당국에 압류당한 뒤였다.
세계 최강의 첩보력을 가졌다는 러시아의 어설픈 공작의 전모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요원으로 밝혀진 이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본부에 대해 해킹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GRU 요원의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TV 장면, 이들이 사용한 여권, 장비 등이 네덜란드 정보국에 의해 낱낱이 공개되면서 러시아는 의외로 허술한 자국 첩보력의 실상을 노출시키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사이버 전문가와 고정간첩들로 이뤄진 이들 첩보원의 공작은 4월10일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항공편으로 스키폴 공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공항에서 이들 요원을 네덜란드 주재 러시아대사관의 한 직원이 맞이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때는 헤이그의 OPCW 조사관들이 러시아 출신의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공격에 사용된 신경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간지 3주 만이었다.
다음날 이들 요원은 시트로엥 C3 차량을 렌트해 헤이그의 OPCW 본부 주변에서 초기 정찰을 벌였다. 이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영국 정보당국이 네덜란드 측에 OPCW 전산망에 대한 해킹 접근 가능성을 알렸다. 표적이 된 건물의 와이파이(Wi-Fi) 신호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4월12일 이들은 OPCW 본부 바로 옆 메리엇 호텔에 기지를 설치하고 주변을 계속 정찰했다. 이날은 OPCW가 러시아에 의해 제조된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사용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영국 정부에 보낸 날이었다.
그 다음날인 13일 러시아 요원들은 자신들이 빌린 렌터카를 메리엇호텔 주차장에 세워놓았는데 트렁크 부분이 OPCW 건물 방향을 향하게 했다. 주변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해킹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첨단 전자장비가 트렁크에 실려있었다.
이들의 렌트카 트렁크에는 호텔방에서 사용한 빈 맥주캔, 과자봉지 등 쓰레기가 든 비닐봉지도 함께 들어있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들이 질질 흘리고 다닌 꼬리는 결국 덜미가 잡혔고 네덜란드 정보국 요원들이 이들을 급습해 전원 체포했다. 차량 수색을 통해 문제의 해킹 장비도 발견됐다. 네덜란드 측은 이들이 소지한 모든 전자장비를 압수한 뒤 곧바로 이들을 공항으로 데리고 가 러시아행 비행기로 강제 추방했다.


압류된 이들 해킹 장비는 모스크바 남쪽 '콤소몰스키 프로스펙트' 거리에 위치한 GRU 본부에서 사용되던 것이었다고 네덜란드 정보국이 확인했다.
또 이들의 랩톱 컴퓨터에서는 OPCW에 관해 검색을 한 기록은 물론 이번 '헤이그 작전'에 앞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스위스 로잔에서 공용 와이파이 해킹 공작을 벌인 자취가 남겨져 있었다.
GRU의 첩보작전 실패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번 헤이그 작전의 목표였던 '솔즈베리 암살작전'에서도 GRU는 곳곳에 흔적을 남겨놓았고 공작 전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했다.
영국 경찰은 알렉산더 페트로프, 루슬란 보시로프라는 가명을 사용한 GRU 요원 2명이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의 스크리팔 자택의 문 손잡이에 노비촉을 스프레이로 뿌려놓은 사실을 밝혀냈다.
스크리팔에 대한 암살 시도는 무위에 그쳤고 그의 무고한 딸 율리야까지 희생시킬 뻔 하는 비극을 가져왔다. 현재 이들은 노비촉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다 집중치료를 거쳐 간신히 회복한 상태다.
이어 지난 6월 말 솔즈베리에서 13km 떨어진 에임즈버리의 한 건물에서 찰리 롤리(45)와 던 스터지스(44) 커플 역시 위장된 향수병에 든 노비촉에 의해 중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공격으로 던 스터지스는 결국 사망했다.
GRU는 솔즈베리 공격 이후에도 지난 3월 영국 외무성의 전산망에 대해 스피어피싱 공격을 벌인 적 있다. 지난 4월에는 영국 국방과학연구실의 컴퓨터를 해킹하려 했고 5월에는 OPCW 전산망을 겨냥해 스위스 연방정부 직원으로 가장한 스피어피싱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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