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해킹배후' 러시아에 동시다발조치…정보요원 추방·기소(종합2보)
네덜란드 "OPCW 해킹시도 러시아 요원 4명 추방"…美법무부, 7명 기소
EU "OPCW의 목적 모욕하는 시도"…美국방장관 "사이버 지원 준비돼 있어"
(모스크바·베를린·뉴욕=연합뉴스) 유철종 이광빈 이준서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요원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대응 조치를 내렸다.
이들 러시아 요원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비롯해 미국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 국제스포츠 단체인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반도핑기구(WADA)까지 광범위하게 해킹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방 진영이 러시아 정보당국을 국제기구를 겨냥한 악의적인 해킹의 배후로 지목한 것이어서, 서방측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 OPCW에 사이버 공격을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인 4명을 추방했다.
안크 베일레벨트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OPCW에 해킹을 시도했으나 네덜란드 군정보당국이 막았다면서 러시아인 추방 사실을 밝혔다.
베일레벨트 장관은 "지난 4월 13일 OPCW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으며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OPCW의 무선망에 접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킹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추방된 요원들이 GRU 소속이라면서 이들의 실명도 공개했다.추방된 요원들은 OPCW 본부 근처의 호텔에서 붙잡혔다.
해킹이 시도될 당시 OPCW는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시도 사건 때 사용된 신경안정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또 시리아 두마에서 사용된 화학무기의 성분도 분석 중이었다.
러시아 요원들은 스위스 스피에즈에 있는 OPCW의 실험실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베일레벨트 장관은 이들 요원 중 한 명의 노트북이 브라질과 스위스, 말레이시아 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의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영국과 네덜란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를 상대로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나토는 사이버 영역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력과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이날 국방장관 회의를 열어 사이버 공격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에서 "이런 공격적인 행동은 유엔의 위임 아래 전 세계적으로 (화학) 무기를 없애기 위해 일하는 OPCW의 엄숙한 목적을 모욕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에 사이버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네덜란드와 영국이 (공격에) 누가 관여했는지에 대해 100% 정확히 제시한 충분한 증거를 보았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 법무부도 GRU 소속 7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7명 가운데 4명은 네덜란드에서 추방조치를 당한 인사이기도 하다. 나머지 3명은 지난 7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서도 기소된 바 있다. 뮬러 특검에 이어 법무부에 의해 추가기소된 셈이다.
법무부는 해킹 이외에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 금융사기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차관보는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요원들은) 민감한 정보를 빼돌릴 목적으로 컴퓨터 네트워크에 정교하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런 행동들을 억제하고 막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외무부도 몬트리올에 있는 세계반도핑기구 해킹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책임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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