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 시간 빨리 간다'…일반상대성이론 검증 시작
日 연구팀, 450m 높이 전망대와 1층에 광격자시계 설치
160억년에 1초 오차 초고정밀시계, 시차 역산 고도차 파악도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수백m 고층빌딩 꼭대기에서는 지상보다 시간이 빨리 갈까?
중력의 크기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 시작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토리 히데토시(香取秀俊) 도쿄(東京)대학 교수 연구팀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생활주변에서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에 걸쳐 450m 높이인 도쿄 스카이트리 전망대와 1층 회의실에 각각 초정밀 광격자시계를 설치했다. 2곳의 시간 흐름의 차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광격자시계는 높이가 1㎝ 차이 나는 곳의 시간 흐름 차이도 검출해 낼 수 있는 초고정밀 시계다. 가토리 교수 등이 2005년에 개발한 광격자시계는 160억년에 1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지난 2014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이터븀(Yb)" 원자로 만든 광격자시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광격자시계를 소형화해 연구실 밖 일상생활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 측정을 시도하기는 도쿄대학이 처음이다.
물리학계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왜곡돼 우주에 전달되는 "중력파"를 검출해낸 과학자가 작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고도의 실험·관측기술 확립을 통해 시간이 어디에서나 똑같이 흐른다는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연구성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시간의 흐름은 중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지표에서 멀어질수록 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상 450m 높이에서는 하루에 4나노(나노는 10억분의 1)초의 차이가 난다. 가토리 교수는 이론상 스카이트리 전망대에 설치한 시계가 1층 회의실에 설치한 시계 보다 1개월에 약 1억분의 13초 빨리 간다는 사실을 이번 실험에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중력의 세기에 따라 시간흐름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로켓을 발사해 높은 고도에서 시간을 계측하는 실험에서 확인한 적이 있으나 '광격자시계'를 이용해 초고정밀도의 시간흐름 차이를 측정하는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대학 연구팀은 앞서 연구실이 있는 도쿄 도심과 사이타마(埼玉)현 와코(和光)시의 경우 해발고도의 차이로 3일에 100억분의 4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가토리 교수팀이 개발한 광격자시계는 우주가 탄생한 138억 년 전부터 계속 가동했다고 해도 현재까지의 오차가 1초 이하에 그칠 정도로 정확한 초고정밀 시계다.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시계로 측정한 시간이 이용되고 있다. 세슘원자시계는 3천만 년이 지날 때마다 1초의 오차가 생긴다. 이 시계는 진공용기속에 있는 세슘 133 원자의 진동횟수로 시간을 측정하지만, 세슘 원자의 열운동과 원자끼리 부딪쳐 흔들리는 바람에 오차가 생기게 된다.
이에 비해 광격자시계는 진공용기에 가로, 세로로 레이저 광선을 보내 절대온도에 가깝게 냉각시킨 스트론튬(Sr) 원자를 이 빛으로 만든 격자 속에 집어넣어 원자끼리 부딪치거나 열운동을 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정밀도를 원자시계의 약 1천 배로 높였다. 이 시계를 이용하면 인간의 일상생활 공간에서도 시간 흐름의 차이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가토리 교수는 "스카이트리 실험이 성공하면 다음에는 후지산(富士山)에서 실험을 해볼 생각"이라면서 "시간흐름의 차이를 역산하면 거꾸로 높이 차이를 산출할 수도 있는 만큼 측량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