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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모래내의 느린 바이브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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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모래내의 느린 바이브 느껴보세요"
11월 4집 '모래내 판타지' 발매…3인조 재편 후 첫 앨범
모래내시장에 작업실 꾸려…"밴드 초기 음악 무드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시장 초입. 고추, 과일, 신발 가게를 지나 XX노래방 간판이 붙은 허름한 건물 2층에 오르자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조웅 39·김나언 27·유주현 27, 이하 구남)의 작업실 겸 사무실(3년 전 설립한 레이블 아시아레코즈)이 나타났다.
낡은 소파, 먼지 앉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운동기구, 영업용 냉장고, 화분, 천장의 샹들리에…. 뭔가 부자연스러운 물건들이 한데 모였지만 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날로그 풍경을 만들어냈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시장 상인들의 욕설 섞인 입담이 섞이니 정겨운 느낌이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구남 멤버들의 내추럴한 차림도 배경 속에 한 몸처럼 잘 섞여들었다. 이들이 이곳에서 작업하는 앨범은 3년 만의 정규 4집 '모래내 판타지'. 11월 LP로 발매할 계획으로 먼저 지난 8월 싱글 '여름밤'을 음원이 아닌 뮤직비디오로만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들은 새 앨범을 작업하기 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모래내는 밴드 리더 조웅(기타, 보컬)이 어린 시절 자란 동네다. 작업실이 이곳에 생기면서 다른 두 멤버도 인근으로 이사를 왔다.
"이 공간을 직접 만드는 것부터가 앨범 작업의 시작이었어요. 올해 1월 말부터 페인트칠하고 타일 붙이며 공사를 직접 했죠. 예전에 점집이었다는데, 10년 동안 비어있어서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1층에 정육식당 하는 분이 친구 어머니여서 소개를 받았는데 월세가 33만원이에요."(조웅)
이번 앨범에서 달라진 점은 유주현(드럼)의 합류. 구남은 11년간 석 장의 정규 앨범을 내면서 멤버 부침이 꽤 있었다. 고교 선후배이자 20년 지기인 조웅와 임병학이 결성해 2007년 1집 '우리는 깨끗하다'와 2011년 2집 '우정모텔'을 냈고 박태식(드럼)과 김나언(건반)을 영입해 2015년 혼성 4인조로 3집 '썬파워'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해 임병학과 박태식이 잇달아 탈퇴하면서 2016년 유주현을 영입해 3인조로 재정비됐다. 김나언·유주현과 띠동갑이라는 조웅은 "우린 모두 양띠"라고 웃었다.
유주현은 "3년 전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는데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구남이란 밴드를 아느냐며 합류 의향을 물어보셨다. 재즈에 관심 있어 솔직히 잘 몰랐다. 그런데 음악을 들어보니 충격이었다. '한국에 이런 음악이 있구나' 싶었다"라고 기억했다.
조웅은 원년 멤버 임병학의 탈퇴에 대해선 에둘러 설명했다.
"20년 지기여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도 인생을 살아보자 했죠. 이혼 같은 건데, 받아들여야죠. 어른이 되면 헤어질 줄도 알아야…."
4집에 채울 곡들의 뼈대는 모두 조웅이 만들었다. 음악 주도권이 치우친 것 아니냐는 물음에 김나언과 유주현은 "의견을 디테일하게 나눈다. 이미 2년간 국내외 무대에서 공연하며 합을 맞춰 서로를 잘 안다"고 말했다.
선공개된 '여름밤'은 느릿한 그루브(groove·리듬)에 사이키델릭한 전자 사운드가 뿌옇게 퍼진다. 느린 비트 위를 지나가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빠른 듯, 느리게도 느껴져 나른하고 몽환적이다.
조웅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시간이 멈춰 상관없어지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며 "자동차 타이어가 빠르게 굴러가면 휠이 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듯이 그런 느낌을 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로만 공개한 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사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번 앨범 작업에선 새롭게 입주한 공간이 안긴 영향도 컸다. 클래식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한 악곡을 환상곡(판타지)으로 칭하듯이 "모래내에서 그렇게 만들어" 앨범 제목을 '모래내 판타지'로 붙였다.
"저희가 끼어들어 사는 이 동네엔 어르신들이 많아 바이브(vibe·분위기, 느낌) 자체가 느려요. 그래선지 저희 앨범 중 가장 느리고 호흡이 깊죠. 또 가사를 보면 힙합 같은 흑인 음악의 바이브도 좀 있는 것 같고요."(조웅)
그러나 조웅은 사운드가 다른 모드로 전이하고 멤버가 수혈돼도 총체적으로 "우린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데모 상태로 들려준 신곡들은 1·2집과 맞닿아 있다.
이번 앨범과 내년께 선보일 첫 솔로 앨범 작업을 병행한 조웅은 "솔로 음악을 함께 작업하면서 제 상태가 옛날로 돌아갔다. 저에게 집중하면서 초기 음악 무드로 심상이 갔다. 그래서 구남 음악도 그런 방향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중 '재개발'은 모든 걸 새것으로 바꾸는 재개발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만든 노래다. '망한 나라에서 산다'란 가사가 반복되는 '망한 나라'는 3집을 낸 지 얼마 안 돼 멤버들의 탈퇴로 해체 위기를 겪던 밴드를 나라에 빗대 쓴 곡. "탄핵 정국에 발표해야 했는데…." 조웅이 혼잣말을 한다. 1집의 '오~싱가포르'는 다시 불러 수록할 계획이다
새 노래에선 한국적인 그루브를 타고 흐르는 전자음, 기발한 제목, 독특한 창법 등 전작의 잔상이 스친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오래된 남자와 여자가 스텔라를 탄다'란 뜻)란 팀명을 붙일 때부터 유지한 음악적인 오리지낼리티의 단면이다.
조웅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모는 스텔라를 타고 낚시하러 다니며 듣던 송창식, 박인희 선배님 음악의 깊은 정서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며 "중고교 때 팝도 많이 들었는데, 어떤 장르로 규정짓기보다 송창식 선배님처럼 뭔지 모르게 울림이 큰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래서 밴드의 음악적인 뿌리를 규정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우리 뿌리는 살면서 보고 들은 것이니 잡동사니죠. 하하. 마치 스니커즈 초코바 같아요. 어떤 건 땅콩이 많고, 어떤 건 캐러멜이 많듯이, 잡동사니를 짜내도 균일하게 나오지 않으니까요."(조웅)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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