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보 예르비의 리더십 비결…"오케스트라와의 관계가 핵심"
11월 취리히 톤할레·12월 도이치 캄머필과 내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여러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비결요? 특별한 건 따로 없어요. 오케스트라와의 관계 유지가 중요한 열쇠죠."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스토니아 출신 파보 예르비(56)는 올해 2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
우선 11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스위스 명문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의 조합을 선보이고, 12월 19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을 이끈다.
그는 톤할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2019~2020시즌부터 활동할 예정이고,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에서는 2004년부터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예르비는 2001년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음악 감독으로 부임한 뒤 이 악단을 신흥 명문으로 끌어올린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2006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2010년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 2015년 NHK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 등을 맡게 되며 놀라운 기세로 세계 음악계를 '접수'했다.
내한을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로 먼저 만난 예르비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관계가 핵심"이라며 "음악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장기적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탁월한 음악성과 온화한 리더십으로 여러 오케스트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원들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능력을 인정한다. 그는 어떻게 연주를 해야 할지 단원들에게 묻곤 한다. "단원들이야말로 자신의 악기에 대해서는 최고 전문가들이니까요. 그러면 단원 모두는 음악을 만드는 데 헌신하고 기여하기 시작합니다."
오케스트라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휘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도 그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는 내한 공연을 함께 펼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도 "두 악단은 사이즈뿐 아니라 전통, 운영 시스템, 레퍼토리 종류 등 모든 것이 다르다"는 답변을 내놨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고전과 초기 낭만 음악에서 큰 영향을 받았고, 또 이러한 레퍼토리에 정통합니다. 이에 비해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는 낭만 레퍼토리가 가장 주가 되는 오케스트라이죠. 이를 기반으로 고전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루고요. 매우 다른 DNA를 지닌 두 악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는 11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는 말러 교향곡 5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화려한 외모와 기교로 주목받는 스타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주한다.
이미 베토벤, 브람스, 슈만 프로젝트로 한국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는 슈베르트 마지막 교향곡인 9번을 들려준다.
율리아 피셔, 재닌 얀센과 함께 21세기 여성 바이올린 트로이카(3인방)로 꼽히는 힐러리 한이 협연자로 나서 모차르트 마지막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그는 "각 오케스트라 강점과 개별적인 음색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선호한다"며 "이번 공연 역시 악단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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