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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박물관 40년…민속은 고리타분하지 않습니다"
부친 이어 온양민속박물관 운영하는 김은경 관장
"현재 문화도 미래엔 민속…젊은이 찾는 재미있는 공간 만들 것"



(아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충남 아산 온양온천역에서 쭉 뻗은 길을 따라 1㎞ 남짓 가면 왼쪽으로 설화문(雪華門)이라는 현판이 걸린 기와문이 보인다.
아산 시가지에서 현충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곳은 1978년 10월 25일 문을 연 온양민속박물관. 아산으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현충사와 묶어 들렀던 온양민속박물관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따사로운 가을 햇빛이 쏟아지던 지난달 27일, 온양민속박물관에서 따뜻한 차를 두고 김은경 관장과 마주했다. 김 관장은 온양민속박물관 설립자인 구정(龜亭) 김원대(1922∼2000)의 둘째 딸로, 2006년 4월 제4대 박물관장에 취임했다.
"어느덧 40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립자인 부친 취지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구정은 아동서적 출판사인 계몽사를 세운 인물이다. 평소 교육에 관심이 컸던 그는 1974년 고향 안동에 길원여고를 만든 뒤 박물관을 짓기로 마음먹고 1975년 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려 3년 만에 결실을 봤다. 박물관 장소인 온양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당시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어서 전통 생활용품이 빠르게 사라지던 시기였다. 구정은 고고학 유물이나 미술사 자료를 중시하는 일반 박물관과 달리 민속에 집중했다.
김 관장은 "아버지는 아이들에게서 번 돈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재력가들이 고미술품을 모을 때 아버지는 급속도로 없어지는 민속 유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구정은 서지학자 강주진, 고고학자 손보기, 무형문화재 보존에 헌신한 언론인 예용해, 민속학자 임동권과 장주근 등 전문가를 초빙해 의견을 수렴하고, 청년 장철수·박명도·신탁근에게 유물 수집을 맡겼다. 이 가운데 고(故) 장철수와 박명도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신탁근은 박물관장을 거쳐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은 2만 점이 넘는다. 박물관에 공개된 자료는 2천여 점에 불과하지만, 흥미로운 전시물이 많다. 제주도에서 가져온 떼배, 전주에서 통째로 들고 온 듯한 대장간, 예술품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갓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고려시대 불교용구인 금고(金鼓) 2점을 비롯해 갑주와 갑주함, 거북 흉배, 감실(龕室), 용무늬 촛대처럼 문화재로 지정된 유물도 있다.
김 관장은 "음식물 모형이나 인형을 제외하면 전시실에 있는 자료는 민속 유물"이라며 "작은 소반이나 보자기도 모두 실제로 사용한 물품"이라고 설명했다.
유물과 볼거리는 박물관 바깥에도 있다. 6만6천㎡에 이르는 부지에는 강원도 전통가옥인 너와집, 다양한 석물, 일본 건축가 이타미 준(伊丹潤)이 설계한 구정아트센터가 있다.
박물관은 40주년을 맞아 10월 15일부터 '일상의 유산×유산의 일상'을 주제로 기획전을 연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유물을 선보이고, 40년간 축적한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반세기에 가까운 박물관 역사를 조명한다.
이에 맞춰 상설전시실 내부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고, 전시 구성을 일부 변경하는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40주년 기획전과 기념행사 준비로 바쁘지만, 김 관장은 고민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사립박물관 특성상 입장료를 받아 시설을 유지하고 전시를 기획해야 하지만, 관람객 수가 예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민속이 고리타분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며 "현재 문화도 미래에는 민속이 된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젊은이가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과 체험 요소도 갖춘 재미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맷돌과 믹서기를 같이 전시해 문화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옛날에 박물관을 다녀간 분들이 기억하고 또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면 뿌듯해집니다. 박물관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서도 박물관이 죽은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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