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시장 불확실성 증대 우려"
상의, 공정위에 건의서…"소 없으면 외양간 깨끗하겠지만 이익도 없어"
전속고발제 폐지·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5개 분야 보완책 건의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경제계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규제로 인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부작용 차단을 위한 '법안 손질'을 요청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지난 28일 공정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의는 개정안 가운데 특히 ▲ 전속고발제 개편 ▲ 정보교환 행위의 담합 추정 ▲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 ▲ 형사처벌 조항 정비 등 5개 분야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늘릴 수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우선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폐지와 관련, 허위 고발이나 허위 자진신고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데다 공정위와 검찰이 기업을 이중 조사하거나 두 기관 간에 판단 차이가 생겨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고발 남용에 대한 방지책과 중복 조사 금지, 기관 간 판단 차이 발생 시 조정 방법, 검찰의 수사 범위 등을 명문화할 것을 주장했다.
개정안에 기업 간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담합 성립 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상의는 "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행을 유예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형벌 대상에서는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규제 조항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이미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고, 공익법인의 주식은 고유재산인 만큼 의결권 제한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해 규율이 필요하더라도 공익활동을 저해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의결권 제한 도입보다는 공시 의무 강화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규제 사각지대를 겨냥한 규율이라는 제도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지주회사 제도와 상충할 우려가 있다면서 지주회사는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건의했다.
지주회사의 경우 다른 회사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특성상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부분 위반 행위에 형벌이 규정돼 있는 것을 일부 삭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많기 때문에 좀더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상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경쟁법에 형벌조항을 둔 나라는 14개에 불과하다"면서 "이 가운데 영국과 캐나다는 담합에 대해서만, 미국과 일본은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해서만 각각 형벌조항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의서는 "이번 개정안에서 과도한 형사처벌 조항 정비, 사건처리 절차에서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 강화 등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 "기업들도 경제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며 "개정안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디테일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박재근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소가 없으면 외양간은 깨끗할지 모르나 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어진다"면서 "공정거래법도 과잉집행과 과소집행 사이에서 적정한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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