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부부의 오페라 나들이…"오페라·뮤지컬 다 보여줄것"
마이클 리-킴 바홀라, 서울시향 '캔디드' 한국 초연 참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노래를 한 소절도 안 부르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러나 서울시향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참여하겠다고 했죠."(마이클 리)
"번스타인은 이 작품을 오페레타(오페라보다 작은 규모의 음악극)라고 정의하긴 했지만 전 오페라와 뮤지컬 둘 다라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는 오페라의 정교함과 기술을 요구하지만 대본이나 의미를 살펴보면 뮤지컬처럼 재밌고 다양하죠."(킴 바홀라)
서울시향이 오는 10월 12~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초연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대표 오페레타 '캔디드'에는 특별히 뮤지컬 분야에서 활약하는 부부가 출연한다.
뮤지컬계 스타 배우 마이클 리(45)와 브로드웨이 배우 겸 연출가 출신 킴 바홀라(42)가 그 주인공. 뮤지컬 분야에서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지만 클래식 공연 출연은 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다.
28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이 부부는 "번스타인은 천재 작곡가"라며 "'캔디드'를 통해 오페라와 뮤지컬을 다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캔디드'는 철학자 볼테르의 풍자 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1759)를 토대로, 주인공 캔디드(캉디드의 영어 발음)의 모험담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순진하고 낙관적인 캔디드가 세계 곳곳에서 추위와 굶주림, 재난, 전쟁 등 온갖 역경을 겪으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정통 클래식부터 왈츠, 탱고, 성가 등 다양한 음악이 광범위하게 펼쳐지는데 뮤지컬과 오페라, 오페레타 등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중간적 성격을 띤다.
'캔디드' 서곡은 2008년 2월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평양 콘서트에서 미국 클래식을 대표해 연주됐을 정도로 인기곡이지만 극 전체를 국내에서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서 극의 흐름을 전달하는 내레이터 역을 맡은 마이클 리는 "번스타인의 음악은 대사나 가사 없이도 모든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며 "캔디드 서곡만 들어도 낙관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내인 킴 바홀라는 국내에서 영어 오페라가 흔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투입된 리허설 코치다. 조역으로 오르는 한국 젊은 성악가들의 발음과 연기 등을 지도한다.
그 역시 "이 작품은 오페라와 대중음악을 두루 다룬 번스타인 성격을 잘 드러낸다"며 "배우들은 기술적으로 잘 훈련된 성악가들이 맡아야 하지만, 가사에서는 미국 뮤지컬 코미디 감성이 그대로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 모두 현재 국내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브로드웨이에서 무대 경력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국식 유머와 풍자, 영어 대사로 극이 진행되는 이번 작품에 제격이란 평가다.
마이클 리는 "뮤지컬과 오페라 경계인 작품이기 때문에 서울시향에서 뮤지컬 배우를 기용한 것 같다"며 "영어가 자연스럽고 관객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얼굴이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도 장점"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 '태평양 서곡'에서 처음 만나 2006년 결혼에 골인했다.
마이클 리가 2006년 '미스 사이공' 한국 프로덕션으로 먼저 국내 활동을 시작했고 킴 바홀라도 2013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현재 계명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남편의 단독 콘서트 연출자로도 활동 중이다.
마이클 리는 "꼭 제 공연 연출자가 아니더라도 항상 제 연기와 동선 등에 조언을 구한다"며 "그 어떤 사람보다 아내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연출자라는 점에서 쉬는 시간이나 끝나는 시간이 없는 건 단점입니다.(웃음)"
이번 공연 지휘는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인 티에리 피셔가 맡는다. 2017년 그래미상 수상자인 메조소프라노 빅토리아 리벤구드를 비롯해 테너 조너선 존슨, 소프라노 로렌 스누퍼, 바리톤 휴 러셀 등 유명 성악가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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