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권의 기획된 탄압…야당 입에 재갈 물린 것"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 관련 합동 비대위·의원총회
문희상 의장실 찾아 "사퇴하라" 강력 항의…대정부질문 통한 폭로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은 2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와 의원총회를 합동으로 열어 검찰의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을 '정권 차원의 기획된 야당 탄압 행위'로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당은 의총 직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실을 통보받고도 사전에 언질을 주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항의하며 문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정부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한 한국당은 다음 주 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심재철 의원을 질의자로 세워 심 의원이 한국재정정보원 예산회계시스템에서 내려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에서 "야당 탄압이고 의회 권력 무시"라며 "무엇이 그렇게 겁나서 이런 굉장히 이례적인 일을 벌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공직자들이 쓴 신용카드를 의원이 못 볼 이유가 무엇이냐"며 "문재인정부가 스스로 민주 정부라고 인정한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상시 감시·감독하도록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심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서 정당하게 확보한 자료"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를 가지고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은 국정감사 기간 제1야당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정권의 기획된 야당 탄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온 검찰도 문제지만, 긴급 압수수색을 해야 할 사항이 아님에도 영장을 발부해준 사법부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고도 했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상임위 활동에서 모든 의원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기 당부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도 "기획재정부는 '비인가 정보를 무단 열람했다', 심지어 '국가 기밀·안위와 관계됐다'고 하지만 거짓말"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내세우며 과거 정부는 적폐라고 하는데 청와대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 드러나면 할 말이 없어지니 급작스럽게 압수수색을 하고 고발에 들어간 게 아닌가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 의장에 대해서도 "전화라도 한 통은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 한마디도 없는 것은 국회를 지키는 수장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의총에서 '국민 알 권리 봉쇄하는 문재인정권 규탄한다', '국정감사 탄압시도 정치검찰 각성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규탄 구호를 외친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 직후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무능한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이 '자신이 어쩔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과거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론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어떻게 심재철 의원과 이석기를 비교하냐"고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희상 의장이 있을 수 없는 망언을 했다.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음모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국정감사를 앞둔 의정활동의 일환을 같이 비교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가 40분 넘게 이어지면서 당초 11시로 예정됐던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의 문 의장 예방이 15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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