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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비방' 문제없다?…34년된 월간지 휴간끌어낸 日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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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비방' 문제없다?…34년된 월간지 휴간끌어낸 日시민들
월간지 신초45, "성소수자 생산성 없다" 글 게재하고 기획기사로 두둔
SNS서 비판글 쏟아지고 서점은 '판매 거부'…광고판에 비꼬는 낙서 등장하자 '백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성소수자(LGBT)에 대해 "생산성이 없다"라는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글을 실었던 일본의 한 시사 잡지가 결국 휴간을 결정했다.
비판 여론을 깔아뭉개는 기획기사까지 내놨던 이 잡지가 결국 발행을 중단하게 된 것은 해당 잡지에 대해 판매 거부를 선언하고 잡지사의 간판에 낙서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진 일본 시민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26일 NHK와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주요 출판사 중 한 곳인 신초사(新潮社)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성소수자 폄훼 기사로 논란이 된 월간지 '신초 45'를 휴간한다고 발표했다.
신초 45는 7월 18일 발매된 8월호에 성소수자에 대해 "생산성이 없다"고 주장한 자민당의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중의원 의원의 기고문을 실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글에는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즉 생산성이 없다. 거기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내용이 담겼다.
잡지가 세상에 나오자 자민당 당사 앞에서는 스기타 의원을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SNS 등 온라인에서도 "인권 의식이 결여됐다", "우생 사상이다", "사람을 생산성 여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등의 비난 글이 쏟아졌다.
스기타 의원은 아베 총리와 같은 자민당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소속으로, 당 간부들이 문제의 기고문을 두둔하면서 비판 여론은 더 거세졌다.
스기타 의원과 자민당를 향했던 비판의 목소리가 잡지 신초 45로 옮겨간 것은 이 잡지가 지난 18일 발매된 10월호에 '스기타 미오의 논문 그렇게 이상한가'라는 제목의 특별 기획 기사를 실으며 비판 여론과 정면으로 맞서면서부터다.



먼저 SNS에는 실명으로 신초 45를 비판하는 작가들의 글이 잇따랐다.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平野啓一郞)는 "어째서 저런 비열한 차별에 가담하는가"라고 적었고, 다른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는 신초 45를 "차별적인 선전 매체"라고 비판했다.
신초사의 다른 출판물 편집자는 공식 계정에 "양심에 반하는 출판은 죽임을 당해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잡지 창업자의 말을 인용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SNS에서는 한 서점 주인이 신초 45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와카야마(和歌山)현의 30대 서점 주인은 트위터에 "성적 소수자를 모욕하는 폭력적인 내용"이라면서 한동안 신초 45를 팔지 않겠다고 했고 이 글은 리트윗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잡지가 휴간에까지 이르는데 결정타 역할을 한 것은 24일 신초 45의 회사 광고판에 적힌 낙서였다.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의 신초 45 본사 바로 옆에 세워진 대형 광고판의 "Yonda?('읽었나?'라는 일본어의 영어 표기)"라는 문구 앞에 누군가가 "이런 헤이트(헤이트스피치) 책"이라는 글을 덧붙여놨다.
잡지를 읽기를 권하는 광고판의 글이 "이런 헤이트 책을 읽었나"라는 비꼬는 말로 바뀐 것이다.
이 낙서가 화제가 되고 비판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결국 신초사는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 휴간하고 편집 체제를 바로잡겠다"고 말하며 백기를 들었다.
문제가 된 잡지 신초 45는 1985년 창간한 뒤 34년간 발매되고 있다. 신초사가 펴내는 다른 시사 잡지인 주간신초는 시사 주간지 업계 1~2위를 다투는 인기 잡지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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