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2개 지역 주지사 선거서 여당 후보 낙선…연금 개혁 여파
블라디미르·하바롭스크 주지사 선거…"크렘린, 선거 결과에 충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지역 정부 수장을 뽑는 지방 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크렘린궁의 지지를 받는 여당 후보 2명이 잇따라 낙선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크렘린궁은 "공정한 선거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공식 논평했으나 선거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모스크바 인근 블라디미르주와 극동 하바롭스크주 주지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들이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포퓰리즘 야당인 '자유민주당' 후보들에게 잇따라 패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190km 떨어진 블라디미르주에선 자유민주당 소속 후보 블라디미르 시퍄긴이 57%의 득표율을 기록, 37.5%를 득표한 현 주지사 스베틀라나 오를로바를 누르고 주지사에 당선됐다.
극동 하바롭스크주에서도 자유민주당 소속 후보 세르게이 푸르갈이 70%를 얻어, 28% 득표에 그친 현 주지사 뱌체슬라프 슈포르트를 큰 표차로 제압했다.
두 지역의 주지사 선거 결선 투표는 지난 9일 전국적 지방 선거일에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50% 이상 과반 득표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실시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두 지역 선거 개표 결과에 대해 논평하며 "당연히 놀랄만한 요소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선거 결과는 투표가 자유롭고 정직하며 공정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BBC 방송은 그러나 크렘린 소식통을 인용해 "크렘린이 선거 결과에 대해 아주 우려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인사 조처가 취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주와 하바롭스크주 선거 결과만이 크렘린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앞서 극동 연해주 주시사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결선 투표 끝에 제1야당인 공산당 후보에 약 1.5% 포인트 차로 간신히 승리한 결과를 얻었으나 선거 부정 논란이 일면서 결국 재선거가 결정됐다.
중부 시베리아 하카시야 공화국에선 공화국 정부 수장을 뽑는 지난 9일 1차 선거에서 여당 소속의 현 수장이 공산당 후보에게 10% 포인트 이상의 득표율 차로 뒤지면서 다음 달 초 결선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지방 선거에서 이 같은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은 현 지역 정부 수장들의 무능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에 더해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법 개정 시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정년과 연금수급 연령을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의 연금법 개혁안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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