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대선 승리' 몰디브, 정치 혼란은 계속될듯
현대통령, 선거결과 불복 가능성…승리한 솔리 후보, 국제사회에는 '무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 대선이 23일(현지시간) 야권 후보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54)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정정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적 탄압, 언론 통제 등 여러 강압적 수단까지 동원하며 재선에 공을 들인 압둘라 야민 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솔리 후보는 주요 야권 인사 대신 급하게 추천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혼란스러운 정세와 경제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 민심 얻지 못한 야민 대통령의 '재선 과욕'
야민 대통령은 이날 대선 투표 득표율에서 솔리 후보에게 16%포인트가량 크게 뒤졌다.
재선 성공을 위해 올 초부터 일찌감치 여러 수단을 가동했지만 민심을 얻는데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야민 대통령은 올 2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테러와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징역형을 선고받고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당인사 9명에 대해 대법원이 재심과 석방 등을 명령하자 반발한 것이다.
이어 그는 45일간 비상사태를 유지하면서 야당인사들의 복권을 막고 대법원 구성을 여당에 우호적으로 바꿨다.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유력 후보들의 출마 가능성을 막은 셈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선거 취재를 막기 위해 외신 기자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선거 전날인 22일에는 경찰을 동원해 솔리 후보의 선거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번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유엔은 지난 4월 나시드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허용을 몰디브 정부에 촉구했으며 미국도 이달 초 몰디브 정부에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면서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야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만큼 이제 남은 변수는 야민 대통령이 순순히 선거 결과에 승복하느냐다.
로이터통신은 야민 대통령은 헌법상 오는 11월7일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어서 그 사이 또다시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선거결과 무효를 선언한 뒤 재선거를 치르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국제사회에 '무명'인 솔리
솔리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힌나바루 섬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수도 말레로 옮겨가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학창 시절에는 스포츠 등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4년 당시 30세에 국회에 입성한 뒤 지금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전문 정치인이다.
현재 몰디브 민주당(MDP)을 이끄는 솔리 후보는 과거 나시드 전 대통령과 함께 다당제 도입 등에 함께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솔리 후보는 국제사회에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나 다름없다.
2013년 몰디브 첫 민주적 대선에서 승리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이나 30년간 '독재 정치'를 펴온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야민 대통령에 비하면 외국에 알려질 정도의 두드러진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주요 야권 인사들이 모두 망명 중이거나 수감된 바람에 야권 연합에 의해 사실상 '대타'로 긴급 투입됐다.
그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데에는 나시드 전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면서 동시에 재정 문제부터 손을 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친중국 성향의 야민 정부는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다가 13억 달러가량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몰디브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넘는 규모다.
부채 감축을 위해서는 기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솔리 후보로서는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도, 미국 등의 지원을 끌어내 경제 재건을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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