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올라 못 살겠다" 포르투갈서 관광객 단기임대 반대시위
"리스본 부동산 4분의3 관광객용"…파리, 에어비앤비 임대 불법화 추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포르투갈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단기 임대주택 급증으로 살 집을 찾기 어려워진 현지 주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포르트갈 수도 리스본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임대료를 규제하고 우리를 쫓아내지 말라", "관광 임대주택은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내걸고 가두 행진을 벌였다고 AFP 통신이 현지 뉴스통신 '루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날 포르투갈 북부 포르투에서도 수십 명의 주민이 비슷한 시위를 했다.
시위에 참가한 조아나 디아스는 "부동산 투기가 사람들을 도심으로부터 내몰고 있다"면서 "부동산은 사업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정부 당국에 수익성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와 같은 관광용 임대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장기 임대시장 주택 수를 규제하라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현재 리스본에서 임차인을 찾는 1만5천여 개 부동산 매물 가운데 4분의 3이 관광객을 위한 단기 임대주택이라고 주장했다.
포르투갈 경제지 '조르날 데 네고시오스'는 리스본 중심가의 아파트 3분의 1이 관광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용 주택이 급증한 것은 2011년 금융위기 때 보수 정권이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 유치를 위해 도입한 정책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포르투갈 정부는 외국인 은퇴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비(非)유럽연합(EU) 출신 부동산 투자자들을 위한 '골든 비자'를 도입했으며, 현 사회당 정부도 이런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 없다고 선언했다.
스페인 카이샤 은행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포르투갈 부동산 가격은 2015∼2016년 5.6%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9.2% 더 올랐다.
이처럼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은 살 데가 없다는 아우성이 울려 퍼지는 곳은 포르투갈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달 초 한 시의원이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관광객 임대사이트를 통한 도심 주택 임대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유명 관광지에서 여행객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주거 환경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최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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