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부장관이 작년에 트럼프 녹음·직무박탈 모의"
FBI 유출 문건…"트럼프 러시아 내통수사 방해에 대책 제시"
행정부내 저항세력 확인?…"냉소적 농담이었다" 다른 증언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법무부 최고위급 관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몰래 녹음하고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자고 말했다는 정보기관 비망록이 유출됐다.
이런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을 경질한 직후인 2017년 5월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앤드루 매케이브 당시 FBI 부국장의 메모에 따르면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사법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우려하던 차에 이런 말을 꺼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자신은 러시아 내통설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물러남에 따라 그 사건에 대해 지휘책임을 떠안은 최고위 관리다.
메모에 따르면 로젠스타인 부장관과 FBI 고위관리들은 코미 FBI 국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되면서 당혹감에 빠진 상황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우려가 너무 큰 나머지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기술됐다.
그는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자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박탈 추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내각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승계를 진행하는 세부 절차가 담긴 조항이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의 발언은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모의가 있었고 지금도 조용한 저항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한 고위관리의 최근 NYT 기고와 맥락이 유사하다.
법무부와 FBI 등 미국 사법, 수사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던 책임자가 경질됐고 주무부처 장관은 뒤로 물러났으며 수사중단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되는 압박은 수사 책임자들에게 가중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굴하지 않고 사법부 독립성을 보여주라는 엄청난 압박을 의회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의 발언이 진지한 게 아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WP 인터뷰에서 녹음 발언은 냉소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고 수정헌법 25조 얘기는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의 변호인인 마이클 브로미치는 성명을 통해 "고객은 고위관리들과의 중요한 논의를 기억하기 위해 메모를 작성해 보존했다"고 밝혔다.
브로미치는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이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며 당시 기밀을 포함한 모든 메모를 넘겼고 FBI에도 해당 메모가 남아있었지만 언론에 유출됐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캠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설 수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앞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 때 공화당 후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도우려고 민주당 대선캠프와 전국위원회(DNC)를 해킹한 뒤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에 불리한 내용을 유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공작에 트럼프 측근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개입설 수사가 내통수사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FBI 국장에게 수사를 무마하려는 듯한 발언을 한 뒤 해임해 수사에 부정한 입김을 넣었다는 사법방해 혐의가 불거졌다. 현재 수사는 뮬러 특검이 맡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메모를 작성한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비난을 받다가 연금수령 근속기간을 불과 26시간 앞두고 올해 3월 16일 전격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대해 "민주주의를 위한 위대한 날"이라고 트윗을 날렸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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