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춤말 된 '계집', 사전 뜻풀이는 어떻게 변했나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사전의 재발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40년에 나온 문세영 수정증보 조선어사전은 계집을 '부녀를 낮후어 일컫는 말'로 정의했다. 한글학회가 1957년에 출간한 큰사전에도 계집의 첫 번째 뜻풀이는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 흐른 지금 계집은 여성을 지칭하는 낮춤말이다.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계집의 뜻은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여자에 대한 뜻풀이도 1940년 '여편네·계집애의 총칭'에서 1999년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으로 변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처럼 언어생활을 비추는 거울이자 문화를 담는 곳집인 사전을 조명하는 특별전 '사전의 재발견'을 20일 개막했다.
사전을 주제로 한 국내 첫 전시로, 1874년에 나온 '노한사전'(露韓辭典) 이후 140여년에 걸친 한국 사전 역사를 다뤘다.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1878년 '한불자전 필사본'을 비롯해 등록문화재 제525호인 '국한회어'(國漢會語),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 등 13개 기관이 보유한 자료 122건, 211점이 나왔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박물관다운 전시를 기획했다"며 "사전의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살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입니까'라는 문구를 지나 전시실에 들어서면 새하얀 벽을 따라 진열된 다양한 사전을 볼 수 있다.
사전 가운데 사료가 가치가 높은 유물은 붉은색 표지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한불자전 필사본이 귀중본으로 꼽힌다. 프랑스 선교사가 쓴 이 책은 한국어 대역사전의 효시로 평가되는 한불자전(1880)의 원형이다.
이외에도 서재필이 작성한 영한사전 초고 복제본, 이승만이 옥중에서 집필한 사전 초고 복제본, 조선어학회가 1929년부터 1942년까지 제작한 원고의 최종 수정본인 '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전시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1942년 일제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 8일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됐는데, 분량이 2만6천500여장이었다. 이 원고는 이후 각종 사전을 편찬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됐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사전에 실린 단어 뜻풀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려주는 다양한 자료가 설치됐다.
여성과 장애인에 관련된 단어의 정의가 변화한 과정, '모던보이'·'춤바람'·'초미니'·'X세대'처럼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 말뭉치,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생긴 단어를 소개했다.
아울러 각지 사투리와 북한 스포츠 중계를 들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애령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사전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며 "관람자가 다양한 사전을 보고 사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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