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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과학돋보기] 과기정통부의 이상한 '공공기관 R&R'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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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과학돋보기] 과기정통부의 이상한 '공공기관 R&R' 재정립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영민 장관이 직접 나서 수십개 산하 기관 기관장들과 직접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 재정립 행사를 수개월째 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에 대해 산하 기관의 업무 수행을 관리·감독하는 '역할과 책임'을 가진 장관이 그 대상인 기관장과 '업무협약'을 맺는 게 형식적으로 맞지 않을 뿐아니라 실질적 변화보다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정보통신 분야 6개 산하 기관의 R&R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업무협약 행사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일까지 5차례에 걸쳐 48개 직할 기관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등과 R&R 재정립 협약식을 했다.
과기정통부가 행사 때마다 공통으로 밝힌 R&R 재정립 추진 배경은 연구개발(R&D) 환경의 빠른 변화와 4차 산업혁명 선도 및 국민 삶의 향상 등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의 기대 증가 등이다.
'과거에는 하향적 방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공공기관 개편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이 타성과 관행에 따라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해 왔다'는 반성도 빠뜨리지 않았다.
연간 수조원의 세금을 쓰는 기관들이 과거의 잘못된 업무 관행을 반성하고 개선해 국가 혁신성장과 국민 삶의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각 기관이 몇 달씩 준비해 내놓은 R&R 재정립 방안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데다 장관과 기관장이 맺은 업무협약도 재정립된 R&R의 이행을 담보해낼 확실한 방안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애초 이런 R&R 재정립 추진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장관 중심의 행사는 정부 교체 때마다 반복돼온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실 협약 참여 기관들의 설립 목적과 임무, 역할과 책임 등은 모두 법률 등에 규정돼 있어 국정 기조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 역할과 책임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애초 불가능하다.
이들 기관의 기존 업무 수행 방식에 '타성과 관행'의 문제가 있었다면 해당 기관들의 R&R 재정립보다는 이들이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과기정통부 장관이 더 철저히 관리, 감독하면 될 일이다.
이렇다 보니 R&R 재정립을 추진하는 과기정통부 관계자와 협약에 참여한 산하 기관장이 설명하는 R&R 재정립과 업무협약의 의미도 군색하기 짝이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법적 효력이 있는 새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같은 새 임무에 중점을 두고 그것을 이끌 수 있는 인력양성에 기여하겠다 등의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무협약 행사에 대해서도 '당연히 장관이 업무지시를 하거나 업무 수행을 관리 감독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고 환경변화도 있으니 새롭게 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 출범 때 미래창조과학부 초창기에도 출연연들이 정부 방향에 맞게 이런 일을 하겠다는 고유 임무 재정립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 기관장은 "출연연에 5조원 가까이 쓰이니까 위에서는 국정철학에 맞게 잘 활용되기를 바랄 것이다. 저희 역할이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질타받는 부분 등을 수정해 가면서 잘해보겠다는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과기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R&R 재정립 행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더 불분명해지고 '보여주기'라는 생각은 더 강해진다. 이 행사가 R&D 방향을 정부가 정하고 지시해온 과거 과학기술 부처의 '타성과 관행'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전체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R&R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공기관들은 새 R&R 이행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과기정통부 방침 앞에 행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발전을 위해 R&D 방향을 정하고 지시해온 과기정책 패러다임으로는 과학기술계의 진정한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 성공이 보이는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각 기관이 '해야 하는' 연구를 고민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의 'R&R 재정립'이 필요하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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