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지시' 前국정원 국장 재판에
"유우성씨 재판에 거짓 증거 제출…질낮은 종이로 출입경기록 위조"
4년 전 의혹 수사 시작되자 증거인멸하고 부하에 책임 떠넘기기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당시 증거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가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문서 변조·행사, 증거은닉 등 혐의로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씨와 함께 증거조작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최모 전 대공수사국 부국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에 대한 영사 사실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증거로 제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확인서를 위조할 때 중국 서민들이 사용하는 질 낮은 A4 용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증거조작이 드러나지 않도록 용의주도하게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증거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이듬해 3월에는 수사팀이 요청한 증거를 일부러 누락하거나 변조된 서류를 제출해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또 수사 과정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입막음'을 지시하고, 유우성 사건 관련 예산신청서를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변조해 검찰에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는 이모 전 대공수사처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정원 자체조사에서 중국 측 협조자로부터 증거가 조작된 게 사실이라는 진술이 나오자 해당 진술 녹음테이프를 없애고, 문제 되는 발언이 없는 새 진술을 받기까지 했다.
앞서 검찰은 2014년 초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유씨의 재판 과정에서 출입경 기록 등 증거서류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진상조사팀을 꾸려 경위를 수사했다.
검찰은 당시 이모 전 대공수사처장과 김모 기획담당 과장 등이 증거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씨와 대공수사국 부국장도 조사했으나 이들의 혐의점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4년 만에 사실상 재수사를 벌인 끝에 이씨가 증거조작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유씨는 간첩 혐의에 대해 1심부터 상고심까지 내리 무죄를 선고받았다. 증거조작을 주도한 김 과장은 징역 4년, 이 전 처장은 벌금 1천만원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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