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원탁회의는 '쇼'였나…김해시, 소각장 증설 갈 길 간다
원탁회의 직전 의회에 증설 안건 제출…'행정행위 중지' 약속 무색
2월에 주민협의체서 증설·주민지원안 처리 후 시와 협약 '일련의 과정'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김해시가 부곡동 쓰레기 소각장 증설·이전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 전체 의견을 수렴한다며 '공론화' 일환인 시민원탁토론회를 지난 1일 열었지만 이미 증설을 위한 준비작업을 착착 벌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단체인 부곡주민지원협의체가 일반 주민들이 모르는 가운데 지난 2월 이미 소각장 증설에 동의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잇따라 소각장 주변 주민지원방안 안건 처리에 이어 시와 협약까지 체결한 일련의 과정을 연결해 보면 시는 소각장 증설 방침을 굳혀놓고 여론 수렴이란 생색만 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18일 김해시와 시의회에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9일 '김해-창원 소각시설 광역화사업 기본협약 체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여기엔 김해시가 기존 소각로 처리용량을 150t에서 300t으로 늘리면서 국·도비 지원 요건인 광역화를 위해 창원(진해구) 생활쓰레기를 하루 50t씩 받아주기로 하고 운영비 등을 분담하는 내용이 담겼다.
광역화하는 조건으로 시가 계획하는 증설(현대화) 사업비 874억원 가운데 70%인 612억원을 국·도비로 조달하고 나머지 30% 가운데 25%는 김해시가, 5%는 창원시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의안을 낸 때는 시가 소각장 이전을 요구해온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공론화'란 이름을 붙여 시민원탁토론회를 열기 사흘 전이다.
주말인 지난 1일 열린 시민원탁토론회를 두고 시는 '소각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지, 아니면 현 위치에 소각로 1기를 증설하고 기존 소각로 1기를 교체할지 두 주장이 대립하고 있어 사회적 공론화로 여론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쓰레기 소각장 증설 계획은 공론화 기간 일시적으로 중지된 상태'라고도 설명했다. 나아가 '김해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 사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자찬했다.
그런데도 한쪽으로는 시가 원래 방침이었던 소각장 증설을 위한 주요 행정행위의 전 단계로 의회에 창원시와 광역화협약 체결 안건을 제출, 공론화 취지 설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는 김해시가 원탁토론회 전후 여론조사에서 증설 찬성이 우세할 것으로 미리 짐작했거나 혹시 이전 찬성이 약간 우세하게 나오더라도 무시하고 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난 1일 시민 토론회 당일 참석자 111명 설문조사에선 증설 찬성이 59%(66명)였다. 토론회 전 시민여론조사에서 증설 찬성이 52%, 토론회 후엔 57%로 각각 나타났다.
부곡 소각장 영향권 주민 1만여명은 전체 김해시민의 2%에도 못 미친다. 시설 자체가 다른 지역주민 입장에선 기피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이전·증설 여부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영향권 주민 비율을 고려할 때 토론회 전후 전체 시민 대상 조사에서 증설 찬성률은 무척 낮은 편이다.
소각장 이전을 주장해온 주민 대책위는 시가 이미 증설 방침을 정해놓고 하는 토론회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고 행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대책위는 영향권 안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파트 단지별로 75∼96%의 소각장 이전 찬성률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어쨌든 소각장 이전을 한때 검토하고 이전 후보지 용역까지 진행하던 김해시는 현 위치 증설로 돌아선 이후엔 한 번도 이전을 고려한 적이 없어 보인다.
법정단체인 부곡주민지원협의체는 지난 2월 82차 회의에서 소각장 증설을 의결했다. 뒤이어 같은 달 증설을 전제로 한 인근 주민 지원방안과 규모, 종류 등을 담은 주민지원협약안 승인 건을 처리했다.
협약안 승인 건의 경우 협의체 운영 규정상 '부결'된 것이라고 비대위가 주장하고 나서 시가 법률검토에 나섰다.
이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확정될 경우 이를 근거로 시장과 협의체 위원장 간 체결한 주민지원 협약의 법적 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민 비대위는 "협의체가 두 차례 회의를 거쳐 처리한 안건이 모두 주민들에게 공지도 되지 않은 채 밀실에서 처리됐다"며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해시가 중요한 환경정책을 처리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시설 주변 주민들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면서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이후 처리 과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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