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파지릭 고분서 2천400년전 옆으로 누운 인골 발굴(종합)
한ㆍ몽 공동조사, 순장한 말뼈도 온전한 상태로 확인
1세기 선비시기 무덤서는 머리에 끈 두른 인골도 출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몽골 북서쪽 알타이 산악 지역 고분에서 2천400년전 무렵에 묻었다고 추정되는 인골과 순장한 말뼈가 온전하게 드러났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와 함께 6월 15일부터 7월 24일까지 몽골 시베트 하이르한(Shiveet Khairhan) 유적 파지릭 고분을 발굴조사한 결과 다리를 구부리고 옆으로 누운 인골과 말뼈를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파지릭 고분은 기원전 5세기∼기원전 3세기에 몽골과 러시아 알타이 지역에서 생활한 유목민족이 돌을 쌓아 만든 무덤을 일컫는다.
파지릭 9호분으로 명명한 이 무덤에서는 이 시대 이런 고분에서 나오는 특징적 유물인 목제 그리핀(매 머리와 사자 몸통에 날개가 달린 상상 속 동물) 장식과 금박을 입힌 목제 말 모양 장식, 재갈, 작은 쇠칼, 토기도 출토됐다.
정성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그리핀은 날개가 결합한 형태였고, 나머지 목제 유물도 완형에 가깝게 보존됐다"며 "인골과 말뼈는 머리를 동쪽에 두었으며, 옆으로 누운 인골은 길이가 146㎝였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기원전 4세기∼기원전 2세기 파지릭 고분 3기와 딸린 무덤 1기, 기원후 1∼3세기 선비시대 고분 4기, 6세기 중엽 출현한 돌궐시대 제의(祭儀) 유적 1기를 조사했다.
파지릭 고분 3기는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지름 10m 안팎인 원형이다. 이 중 9호분은 쪼갠 돌로 사다리꼴 모양 매장주체부(시신을 두는 공간)를 마련하고 바닥과 천장에는 통나무를 쪼갠 목재를 활용했다.
반면 다른 파지릭 고분 2기는 통나무를 깎아 만든 구유 모양 목관을 사용했다. 이 무덤들에서는 모두 인골이 나왔으며, 그중 1기에서는 9호분처럼 순장한 말뼈가 함께 출토됐다.
선비시기 무덤에서는 머리에 끈을 두른 기원후 1세기 인골이 의복과 함께 나왔다.
신장 165∼170㎝인 인골은 반듯하게 누워 있었으며, 몸통과 얼굴 피부조직이 일부 남았다. 잘 보존된 의복 상의는 앞섶이 교차하는 긴소매 형태로, 유목민이 즐겨 입는 옷과 흡사하다고 정 연구사는 설명했다.
그는 "몽골 선비시기 고분에서 의복이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머리에 두른 끈이 완벽하게 출토돼 추가 연구를 통해 재질과 용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조사에서도 선비시기 고분에서 유사한 복식과 끈이 나왔는데, 연구소에서 보존처리와 복원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부터는 알타이 지역 내 다른 장소에서 발굴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11월 15일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와 공동 학술연구 1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열어 그간의 조사 성과와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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