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기업 퇴장론'에 불안 확산…"국유기업 비대화는 사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중국의 한 금융평론가가 인터넷에 '민영기업 퇴장론'을 올린 이후 중국 민간 재계에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중문판이 1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민영기업 퇴장론'이라는 글을 올린 우샤오핑(吳小平)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 글이 사회관계망에서 계속 파괴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샤오핑의 글이 올라오기 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인 마윈(馬雲) 회장이 사퇴선언을 한 것을 두고 마 회장이 상황이 악화되기 전 미리 사퇴선언을 한 것으로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다.
이 매체는 중국 국유자본이 대규모로 민간기업에 수혈되면서 민간 재계에서 공포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재경전문 차이신(財新)은 상장기업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20개사가 국유자본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미 마무리된 9개 안건에서 국유자본 유입은 62억위안(약 1조원)에 이르며 사실상 상장기업을 지배하는 지위를 확보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우창(吳强)은 중국 민영기업의 명운은 국유자본 유입 여부에 있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에 달려있다면서, 지난 20년 민영기업들은 정협 대표를 배출해 정치적 비호를 받았지만 현재 정협은 아무런 실권이 없기 때문에 경제가 하행하는 단계에서 권리를 박탈당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창은 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의 '3개 대표론'은 민간기업을 포함시켜 '선진생산력'을 중시했지만 현재는 3개 대표론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중국 정부의 시장간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지난 2월 23일 중국 보험감독위원회가 안방(安邦)그룹을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것은 비록 일정 기간 내지만 민간기업을 정부가 관리하는 보기 드문 사례가 됐다.
우창은 대출이나 근로자 사회보험문제, 기업세금 등 문제로 민영기업이 국유화를 받아들이는 사례가 최근 수년간 늘어나고 있으며 국유자본 개입형식도 이전의 직접적인 몰수와 공사합병 형식에 비해 한층 은밀해졌다고 말했다.
국유기업에 근무하다 민간기업가로 변신한 왕빈(가명)은 19차 당대회이후 중앙집권만 있고 하방(권력을 하부로 이양하는 것)은 없다면서, 집권당이 공유제를 신뢰하고 있으며 개혁개방 40년간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만큼 더이상 외자에 의존하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유기업의 민간기업 접수에 대해 왕빈은 경영이 악화된 민간기업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이항(海航)그룹은 무분별한 인수합병으로 문제를 유발해 결국 국유기업의 자본유입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금융 칼럼니스트인 우샤오핑(吳小平)은 최근 인터넷에 '중국의 사영기업은 이미 공유경제의 발전을 위해 역할을 다했다. 이제는 서서히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사영경제의 임무는 공유경제의 획기적 발전에 협조하는 것이며 현재 이미 초보적으로 (임무를) 완성했다"면서 "사영경제가 더이상 맹목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3일자에서 이례적으로 민간기업을 위무하는 글을 발표했다. 신문은 국가가 민영기업 발전을 지지하는 것은 명확하고 일관되며, 계속 심화되고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또 강을 건너면 다리를 철거하는 식의 책략적 이용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중앙민족대학 자오스린(趙士林) 교수는 하지만 관영매체의 이런 글이 공중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샤오핑의 글은 독립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발전의 추세에 부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 교수는 또 "우샤오핑은 적합하지 않은 시기에 적합한 말을 한 것일 뿐이며 정부가 현재 상태에서 직접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의 글의 반향을 부른 것은 개혁 역주행에 대한 보편적 분노와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윈 회장은 지난 2010년 국가가 원한다면 즈푸바오(支付寶·전자결제플랫폼)를 언제라도 정부에 헌납하겠다고 말한 바 있으며 2016년에는 지난 100년간 시장경제가 좋다고 느꼈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30년간은 많은 변화가 있고 계획경제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류창둥(劉强東) 회장은 지난해 "공산주의가 우리 세대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왕빈은 현재 민영기업은 시장진입 등 국유기업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으며 대출이나 이자율도 불리하다면서 국유경제가 커지고 민영기업이 퇴조하는 것은 사실이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집권한 2012년 18차 당대회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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