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뇌 기능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운동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치명적인 질환인 루게릭병(ALS: 근 위축성 측삭경화증)이 근육만이 아니라 뇌 기능도 위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섀론 에이브럼스 박사 연구팀은 루게릭병이 뇌의 인지기능과 행동도 위축시키며 이러한 증상은 병이 진행될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루게릭병 환자 161명을 대상으로 병의 진행과 함께 인지기능 테스트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정상인 80명의 인지기능 테스트 성적과 비교했다.
이와 함께 루게릭병 환자의 보호자에게는 환자의 행동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를 물었다.
전체적으로 루게릭병 환자 중 29%가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에이브럼스 박사는 밝혔다.
특히 언어 유창성(verbal fluency)과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 테스트 성적이 나빴다.
언어 유창성 테스트는 이를테면 동물 이름이나 'ㄱ'자로 시작되는 단어 등을 정해진 시간(60초) 안에 열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기 기억력과 기억 인출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다.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실행기능 테스트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편 행동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149명 중에서 45%는 행동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2%는 한 가지, 14%는 두 가지, 20%는 3가지 이상 비정상 행동을 보였다.
대표적인 이상 행동은 무관심(31%), 동정 또는 감정이입 상실(28%), 섭식 행동(eating behavior) 변화(25%)였다.
발병 초기에는 5명 중 한 명이 인지기능 저하 또는 이상 행동을 보였으나 병이 진행되면서 점점 늘어나 말기에 이르러서는 약 40%가 인지기능 저하, 65%가 이상 행동을 보였다.
이 결과는 모든 루게릭병 환자는 병이 진행되면서 인지기능 또는 행동에 문제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에이브럼스 박사는 강조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 세포가 퇴행성 변화로 점차 소실되면서 근력 약화와 근육 위축으로 언어장애, 사지 무력,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5년.
완치 방법은 없다. 현재의 치료법은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위축된 근육 기능을 유지 또는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루게릭병이란 명칭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이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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