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터키와의 갈등에 그리스로 기우나…군사협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미국이 그리스 공군 및 해군기지를 추가로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군사작전 확대 협상을 진행하는 등 양국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터키와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중해 동쪽을 향해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군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미 유럽사령부 사령관 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연합군 최고 사령관이 주도하는 협상은 현재로는 예비 단계로, 그리스에 항구적인 미 공군 및 해군기지 건설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미 관리들이 말했다.
미 관리들은 그리스의 군사시설을 추가로 이용하고 임시기지에 더 많은 미군을 파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최근 들어 그리스 군사기지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봄에는 비무장 MQ-9 리퍼 드론들을 그리스 라리사 공군기지에서 운용하기 시작했다.
미군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터키 인시를리크 공군기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미 공군 작전을 대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규모가 큰 인시를리크 공군기지는 나토 군사작전에 사용되도록 설계됐고 시리아와 가깝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미군은 이 공군기지를 발판으로 시리아에서 활약 중인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세력 격퇴와 이들의 점거지역 탈환을 추진하고 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반대파에 의한 쿠데타 이후 터키가 러시아제 S-300 미사일을 대량 구매하고 미국이 시리아 내 쿠르드족 무장세력을 지원하면서 양국 사이 긴장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터키는 이들 쿠르드족을 테러리스트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스가 미국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는 2015년 이후 인시를리크 이외의 지역에서 미군이 작전을 진행하는 것을 제한했다.
미국은 이에 반발, 시리아에서의 작전 수행을 위해 군사시설을 카타르 등지로 옮겼다.
미군은 그리스 크레타 섬 수다만(灣)에 해군기지를 구축했다.
수다만은 크레타 섬에서는 유일하게 항공모함이 정박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5월 해리 S. 트루먼 항공모함이 수다만에서 4일간 작전을 수행했다.
이어 6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갈 때 대통령 전용기가 급유를 위해 수다만에 머물렀다.
그리스는 미군이 그리스에서 더 많은 훈련을 하게 되면 리비아나 터키와의 긴장 관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스는 최근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오던 터키 군인 2명을 체포했다가 석방했다.
이 사건으로 양측 사이 긴장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그리스가 지정학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미국과 그리스의 관계는 현재 절정에 달할 정도로 긴밀하다.
두 나라는 나토 회원국이기도 한 터키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리적으로 연중 공군 훈련을 하기에 이상적인 날씨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 그리스 정부나 제1야당 모두 미국에 우호적이라고 최근 그리스를 방문한 미 관리가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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