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 상급학교 진학 이후에도 징계 가능"
상고 포기로 판결 확정…"대법원 판례 없는 상황서 '리딩 판례'역할 할 듯"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은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상급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징계할 수 있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12일 대구고법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인정돼 다니는 학교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A양과 그 부모가 법원에 '가해자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까지 패소하자 상고를 포기했다.
A양의 상고 포기로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 대해서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징계할 수 있다는 판결이 판례로 남게 됐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원 판결의 기준이 되는 '리딩 판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대구지역 법조계와 교육계는 보고 있다,
이 판례의 발단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 시내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하던 A양은 동급생인 B양을 놀리며 괴롭혔다.
두 사람은 좋지 않은 관계로 학교생활을 이어갔고, A양은 B양과 나눈 통화 내용을 다른 친구들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이후 A양의 친구 몇 명이 그 대화 내용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인 이듬해 4월께 SNS에 옮겼고, A양과 친구들은 해당 게시물에 B양을 놀리는 표현의 댓글을 달아 조롱했다.
놀림과 괴롭힘이 계속되자 B양은 A양과 친구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A양이 B양을 접촉하거나 협박·보복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또 교내 봉사 10일(10시간)과 학생 특별교육 2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1시간 처분을 하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다.
이에 A양과 부모는 대구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위에서 징계가 과중하다는 A양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져 다시 학폭위가 열렸지만 징계처분은 처음과 비교해 교내 봉사 10일(10시간) 처분이 빠지고 학생 특별교육만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
징계처분이 크게 달라지지 않자 A양 등은 "중학교 때 생긴 학교폭력 행위를 고등학교에서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고교 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학교 측 징계가 타당하다며 A양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권 행사를 제한하는 기간이나 공소시효 등에 관한 규정이 없고 상급학교에 진학했다고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교육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양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역시 그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고법 행정1부(정용달 부장판사)는 "A양의 학교폭력은 짧지 않은 기간 반복해서 이뤄진 데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고 우발적 행위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가해행위에 대한 반성의 정도가 높지 않아 원고의 징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1·2심에서 학교 측 소송을 대리한 김희찬 변호사는 "A양의 학교폭력이 고교 진학 전에 일어났지만 당시 정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되지 않았고, 진학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다른 가해자들 행동에 동조한 데 대해 학교가 교육적 필요에 따라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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