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돈세탁 못거른 EU, 은행감독청 조사권 강화
신설 유럽검찰청, 테러자금도 조사…범유럽 감독강화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유럽연합(EU)이 최근 자체 감독망에 걸리지 않은 돈세탁 사건이 잇따르자 국경을 넘나드는 검은돈의 흐름을 근절하기 위해 감독기관의 권한 강화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EU 은행감독기구인 유럽은행감독청(EBA)에 은행의 불법 금융활동을 조사할 수 있는 더 큰 권한과 자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EU는 이와 함께 최근 설립된 유럽검찰청(EPPO)에 오는 2025년부터 회원국 전체를 상대로 테러 자금조달과 관련한 조사를 벌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 두가지 방안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오는 12일 '연두교서' 연설에서 일부 공개되고 이어 내주중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반(反) 돈세탁 활동을 강화하려는 EU의 이런 움직임은 덴마크 최대 상업은행인 단스케은행의 에스토니아 지점을 통해 한 해 동안 300억 달러(33조5천억원) 규모의 러시아 및 옛 소련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나온 것이다.
아울러 네덜란드 ING은행은 이달초 자금세탁 방지 규칙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지고 7억7천500만 유로(1조95억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유라시아 범죄조직들이 엄청난 양의 현금을 세탁하기 위해 유럽 은행 시스템의 취약한 고리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라트비아 ABLV은행는 미국 당국으로부터 북한 핵프로그램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등 '자금세탁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올해 라트비아 감독당국에 의해 폐쇄 조치되기도 했다.
잇따른 돈세탁 스캔들은 EU 집행위원회 내부에서 반 돈세탁 조치를 최우선 과제로 만들었고 회원국 감독기관에 대해 EU가 더 강한 장악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의 입지를 강화했다.
현재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직접 감독을 받고는 있지만 반 돈세탁 관련 정책은 이 체제의 관장을 받지 않는 허점이 있다. 은행이 고객의 신원과 신용을 확인 점검하고 EU 법규와 조치를 수행하도록 하는 책임은 여전히 회원국의 국가 감독기구에 있는 상태다.
EU의 한 관계자는 EBA 권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대(對) 이란 제재를 빠져나가려는 몰타 필라투스 은행의 불법 행위 혐의에 대해 EBA의 조사가 난항을 겪은 것을 보고난 뒤의 일이었다고 전했다.
EBA는 돈세탁에 대한 일부 관할권을 가지고 있지만 자원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세탁 문제를 직접 다루는 정규직원 수도 1.8명에 불과하다.
ECB는 돈세탁 문제를 전담할 새로운 기구의 창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현재로서는 새로운 기구 설립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EU가 별도로 추진하는 유럽검찰청 강화안은 2025년부터 EU 예산 기금의 부정 사용에 대한 조사부터 테러자금 조달 혐의자들에 대한 기소에 이르기까지의 각국의 위임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검찰청 설립을 위해서는 EU 28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22개국만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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