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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바이브, 비브라폰으로 영혼을 울립니다
"비브라폰 연주, 두더지 잡기·젓가락질이랑 비슷해요"
35세에 첫 앨범…선우정아·강이채 참여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윤종신, 자이언티, 정기고. 세 사람의 공통점은 음악을 만들 때 마더바이브(본명 이희경·35)의 비브라폰 소리를 빌려왔다는 것.
비브라폰은 실로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색다른 매력이 있는 악기다. 건반을 두드리면 그야말로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영롱한 음이 난다. 가요, 재즈, 탱고 등 어느 장르를 입히느냐에 따라 색깔이 확확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악기로 음악계를 종횡무진 움직이는 마더바이브와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마주 앉았다.
"비브라폰의 매력요? 인간의 영혼을 표현할 영역이 많다는 거죠. 아주 맑지만 쓸쓸함이 들어있어요. 여느 타악기와 달리 여러 장르를 소화해내는 모습이 마치 피아노와 비슷하달까요."
경기도 광주 산골에서 자란 마더바이브는 천방지축 꼬마였다고 한다. 육상선수를 할 만큼 달리기를 잘했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꿩을 잡으러 다녔다. 쾌활한 성격만큼 비브라폰 연주법을 설명하는 언어도 톡톡 튀었다.
"말렛(연주봉)을 쥐는 게 젓가락질하고 비슷해요.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은 '두더지 잡기' 게임이랑 똑같죠. 실제로 저 두더지 잡기 엄청 잘해요. (웃음)"
마더바이브는 집안이 늘 음악으로 가득했다고 회고했다. 취미로 어머니는 크로마하프를 탔고, 아버지는 색소폰을 불었다. 그도 자연스레 음악을 사랑하게 됐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중학교 때부턴 클래식 타악기를 배워 서울대 음대에 진학했다. 팀파니, 스네어 드럼, 탬버린, 캐스터네츠 등 모든 오케스트라 타악기가 연주 대상이었다. 2010년엔 미국 보스턴대학교음악대학원에 입학했다. 임신한 몸으로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면서도 공부가 즐거웠다고 한다.
"유학 시절에 재즈라는 장르를 알게 됐어요. 사실 비브라폰이 1930년대 미국에서 재즈 빅밴드가 유행할 때 사용하기 시작한 악기거든요. 이후로 계속 다양한 장르를 공부하면서 비브라폰으로 소화하려 노력했죠."


2013년께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일탈'을 시작했다. 스윙, 펑크, 솔, 탱고, 집시음악에 라틴음악까지 손댔다. 이 세상에 클래식 외에도 너무 많은 음악이 존재한단 걸 알게 되자 시간이 지나가는 게 억울할 정도였다고 한다.
마더바이브라는 독특한 이름은 함께 공연하던 힙합 DJ 소울스케이프가 자신을 "바이브 계의 대모"라고 소개하던 게 굳어진 것이다. 이왕 거창한 이름을 얻었으니 책임지고 비브라폰을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사실 장르는 일종의 언어다. 그걸 이해하고 알아가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요즘은 골고루 애정을 준다. 좋아하는 장르 딱 하나만 꼽았다간 다른 장르가 섭섭해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더바이브는 오는 10월 셀프 타이틀 앨범 '마더바이브'(가제)를 낸다. 서른다섯 살에 내는 첫 앨범이자, 귀국 후 지난 5년간의 연대기다.
여성 뮤지션도 대거 힘을 보탰다. 개성 있는 여성 뮤지션 크루인 '대한포도주장미연합'에서 함께 활동하는 선우정아, 강이채, 바버렛츠의 안신애를 비롯해 해금 연주자 최민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삽입곡을 부른 일레인이 가창에 참여했다.
마더바이브는 수록곡 가운데 'Everytime You Call My Name'이 가장 애틋하다고 소개했다. 일곱 살 난 딸을 생각하며 영어로 쓴 노래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 햇살이 느껴지고, 네가 내 얼굴을 만지면 별빛이 느껴진다'는 엄마의 고백이 선우정아와 강이채, 안신애의 목소리에 실렸다.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마더바이브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빠졌다.
"늦게 데뷔하니까 갈 길이 머네요. 안다고 자랑하지 않고, 모른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듣는 분들이 미움도 욕심도 내려놓고 하루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마더바이브의 신곡 무대는 오는 10월 6∼7일 열리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 공개된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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