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집값 뛰자 중개수수료도 '훨훨'…소비자 불만 고조
2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가 30% 오르자 수수료 부담 60% 늘어
아파트값 9억 넘어가면 수수료 부담 '눈덩이'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으로 중개수수료가 덩달아 급등하면서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최근 몇 달간 80여 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주택 가격이 보통 수억에서 수십억인데 (중개인이) 매수·매도자 양측으로부터 거래가의 0.5~1%를 수수료로 요구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부동산 중개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주택 수요자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계약 시 수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중개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택 중개수수료는 의뢰인 쌍방으로부터 각각 받게 되어 있는데, 의뢰인 한쪽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수료 한도는 매매·교환의 경우 거래금액의 0.9% 이내, 임대차의 경우 거래금액의 0.8% 이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게 되어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집값에 따라 거래금액의 0.4~0.9%까지 수수료로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금액대별로 정해진 수수료율 이내에서 중개인과 의뢰인이 협의해 수수료를 정하게 되는데, 거래금액 5천만 원 미만은 0.6%, 5천만~2억 원은 0.5%, 2억~6억원은 0.4% 등으로 상한 요율이 낮아지다가 6억~9억 원은 0.5%, 9억 원 이상은 0.9%로 훌쩍 높아지는 구조다.
전세도 마찬가지여서 보증금이 3억 원 이상이면 0.4%, 6억 원 이상이면 0.8%로 요율 상한이 훌쩍 뛰어오른다. 이 때문에 전세 보증금이 6억~9억 원일 경우 같은 금액대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보다 중개수수료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집값이 오르는 동안 중개수수료는 얼마나 올랐을까?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1채당 평균 매매가격은 7억4천978만 원으로 2년 전(5억7천388만 원)에 비해 30% 올랐다.
이 금액의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최고 0.5%의 중개수수료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각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최대 374만 원에 달한다. 부동산 중개인이 간이 과세자가 아닌 일반 과세자일 경우 수수료에 더해 부가가치세 10%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를 포함할 경우 수수료가 400만 원에 육박할 수 있다. 서울 지역 평균가격의 아파트를 팔고 비슷한 금액의 다른 동네 아파트로 이사할 경우 중개수수료로 최대 700만~8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30% 올랐는데 적용되는 수수료율 상한이 0.4%에서 0.5%로 높아지면서 수수료 상한액이 229만 원에서 374만 원으로 63%나 뛰어오른 셈이다.
서울 지역에서도 한강 이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지난달 9억2천99만 원으로 9억 원을 넘어섰는데, 9억 원이 넘는 집을 사거나 팔 경우에는 수수료율 상한이 0.9%로 훌쩍 높아져 수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년 전과 비교하면 한강 이남 11개 구 아파트 평균가격은 6억8천913만 원에서 9억2천99만 원으로 33% 상승했는데, 적용되는 수수료율 상한이 0.5%에서 0.9%로 높아지면서 수수료 상한액이 344만 원에서 828만 원으로 140% 올랐다.
이처럼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아파트 거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적정 수수료율을 묻는 글이 빈번하게 올라오고 있다.
9억 원이 넘는 아파트일 경우 요율 상한선인 0.9%를 적용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0.5% 선에서 합의를 봤다는 이들이 많지만, 중개인의 요구로 0.9%를 다 냈다는 이들도 있다. 0.9%의 수수료를 고집하는 중개인과 이를 깎으려는 계약자 간 실랑이가 소송으로까지 번져 법정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행 중개수수료 체계가 서울 아파트 중간 가격이 8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른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고가 아파트 기준을 바꿔야 한다거나 수수료가 일정 금액 이상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둬야 한다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기틀은 지난 1984년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되면서 마련된 것으로, 그동안 집값이 상승함에 따라 변화해왔다.
1984년 당시에는 500만 원 미만부터 8억 원 이상까지 9개 구간으로 나눠 수수료율을 세분화했는데, 거래금액이 높아질수록 상한 요율이 낮아졌고, 구간마다 3만5천~300만 원의 상한 금액을 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2000년 중개업법의 개정으로 9개 구간이 5천만 원 미만, 5천만~2억 원, 2억~6억 원, 6억 원 이상 등 4개 구간으로 줄고 수수료율이 각각 0.6%, 0.5%, 0.4%, 0.9% 이하로 조정되면서 현재처럼 거래금액이 2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수수료 상한 금액이 없어졌다.
2015년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6억 원 이상의 주택이 늘자 6억~9억 원 구간을 신설, 이 가격대에 적용되는 수수료율 한도를 0.5%로 낮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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