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5.91

  • 48.76
  • 1.95%
코스닥

678.19

  • 16.20
  • 2.33%
1/3

'종이컵 방독면'이라도…화학공격까지 대비하는 이들립 주민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종이컵 방독면'이라도…화학공격까지 대비하는 이들립 주민들
종이컵에 솜과 숯 넣어 임시 제작…대피소 파고 비상식량 준비도
총공세 임박설에 터키 중재에 희망…"이들립 떠나면 갈 곳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시리아 반군의 최후 거점인 이들립에 대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러시아 동맹군의 총공세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들립 주민들의 우려도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피란 행렬에 나섰지만, 아직 많은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 중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립 주민들 사이에서 종이컵으로 조악한 방독면을 만들고 땅굴을 파거나 대피소를 설치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목격되고 있다.
그동안 시리아 정부군 공습 과정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던 화학무기 공격이 또 다시 있을 것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들립 남부의 작은 동네에 사는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임신부 부인을 둔 후다이파 알-샤하드(20)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종이컵에 솜과 숯을 넣은 뒤 이 컵으로 아이들의 입과 코를 막고 그 위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우는 방식으로 일종의 방독면을 만들었다.
샤하드뿐 아니라 이들립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아이들에게 씌울 '종이컵 방독면'을 만드는 것은 물론, 식량을 준비해 집 지하에 마련한 대피소에 채워 넣느라 분주했다.
샤하드는 로이터에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우리 아이들의 입에 작고 조악한 방독면을 씌워주는 등 많지는 않지만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하드의 형이자 건설 근로자인 아흐메드 압둘카림 알-샤하드(35)는 2012년부터 온 가족과 함께 집 마당을 파고 덩굴식물로 뒤덮은 널찍한 지하 대피소를 준비했다.
그는 "군사적 대응태세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우리 민간인들도 굴을 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하 대피소에는 눅눅한 흙벽에 야채 절임이 가득 든 유리병들이 진열돼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사드 정권은 지난해 4월 반군 점령지인 이들립의 칸셰이쿤에 신경작용제인 사린가스 공격으로 민간인 80명 이상을 숨지게 하는 등 7년여에 걸친 내전 기간 20차례 이상 사린가스와 염소가스 등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
이들립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자파르 아부 아흐마드(50) 역시 온 가족이 지난 5년간 땅을 파서 만든 대피소를 확장하고 비상식량을 채워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나와 아내, 아이들은 지난 2개월간 쉴 틈도 없이 땅을 파왔다"며 "이제는 이 굴이 우리를 보호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방치했던 이곳을 최근에 청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들립의 일부 주민들은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터키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과 러시아 지도자들과 7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들립에 대한 총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립에 대한 폭격과 공습이 이어지고 총공세를 펼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들립 내 일부 마을의회들은 공동으로 터키에 보호를 요청했다.
이들립 마슈린 마을의회 의장이라는 아흐마드 슈탐 알-라슈(48)는 "해방 지역에 거주하는 우리에게 협상에서 유일한 보증인은 터키의 우리 형제들"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반군과 정부군이 마주한 최전방을 따라 감시 초소를 설치했다. 터키 측은 이들립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터키의 헌신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리아 북부의 마지막 반군 장악지역인 이들립 일대에는 약 3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절반은 시리아의 다른 전투지역을 떠나 이곳으로 피난 왔거나, 반군 장악 지역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항복 대가로 이주를 허락하며 이곳으로 이주시킨 이들이다.
이들립은 반군과 시리아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난민들에게는 "최후의 피난처"와도 같은 곳이어서 이 지역에 대한 총공세는 또다시 난민을 양산하고 인도적 재앙을 야기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흐메드 알-샤하드는 터키 국경으로 탈출할 지에 대해 "우리는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들립 외에는 남은 곳이 없다"며 "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다른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