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 못살겠다"…이집트서 과일구매 '보이콧'
수도·지하철 등 생활물가 잇단 인상에 민심 악화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물가 급등에 주름이 깊어진 이집트 국민이 최근 과일값까지 크게 오르자 잔뜩 화가 났다.
6일(현지시간) 이집트 언론 이집트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소셜미디어에서 과일 구매를 거부하자는 캠페인이 확산했다.
지난 2일 한 이집트인은 페이스북에 "과일을 썩게 놔두자"며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상한 망고, 복숭아 등 과일을 찍은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이집트인디펜던트는 과일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보이콧'이 남시나이주 주민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포도, 망고, 사과, 구아바의 가격이 각각 ㎏당 20∼50 이집트파운드(약 1천200∼3천100원)씩 오르자 불매운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퍼진 불매운동은 일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은 6일 "어제 대형매장에 갔는데 과일 파는 곳에는 불매운동 때문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망고값이 작년에는 1㎏당 10이집트파운드였다고 하는데 최근 30파운드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매상이 줄어든 상인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일가게 상인인 아흐메드 압델 데이엠은 "소비자들은 과일값이 올랐다고 우리를 비난하지만 우리는 단지 여러 판매 고리 중 하나"라며 "농부,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 도매업자, 과일을 배달하는 트럭기사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한 네티즌은 "농부들이 경작지에 필요한 물을 끌어올리려고 전기를 많이 쓰는데 전기료가 지난 석달 동안 거의 두 배로 뛰었다"며 과일값 인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일 불매운동은 생활물가 급등에 대한 이집트 국민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이집트 정부는 긴축재정과 경제개혁을 이유로 휘발유, 수도, 전기, 지하철 요금을 잇달아 올렸다.
지난 6월 휘발유 가격을 최고 51% 인상했고 파이프로 연결된 식수 요금도 45%까지 올렸다.
앞서 5월에는 카이로의 지하철 요금이 2이집트파운드에서 구간에 따라 3∼7이집트파운드로 뛰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우리는 대가를 함께 지불해야 한다"며 물가 인상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이해를 당부했지만, 국민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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