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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김행숙·오은…시인들의 반가운 신작
이원·강성은·임승유 등 6인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로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김기택, 이원, 김행숙, 오은, 강성은, 임승유의 각 시집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차분(7∼12번)으로 나왔다.
이 시리즈는 작품을 통해 작가를 집중 조명한다는 취지를 표방하며, 월간 '현대문학'이 수록한 작품을 각각 한 권의 책으로 내는 특집 기획이다. 앞서 시인선 1차분으로 6인의 시집 6권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 낸 2차분은 올해 1월호부터 6월호까지 수록된 여섯 작가의 시와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1989년 등단해 내년에 시력(詩歷) 30년을 맞는 김기택 시인은 6년 만에 신작 시집을 냈다.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시적 탐구 대상을 꼼꼼하고 집요하게 관찰하는 시인 특유의 시선이 이번에도 잘 드러난다. 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자아와 정신과 욕망을 탐구한다.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종일 안 먹고 안 자도/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저 집에서 부딪치고 있다//(…)//울음소리만 혼자 미쳐 날뛰게 놔두고/아파트 모든 벽들이 대신 울게 놔두고/개는 어디로 갔나" ('개는 어디에 있나' 부분)
한국 전위 시의 한 축을 담당한 이원 시인은 이번 시집에 '나는 나의 다정한 얼룩말'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시의 정형성을 파괴한다.
"나는 24일이고. 안경을 썼어/걸었어/펄럭이는 망토가 입혀지면서/나타난 것은 우연/점점 길어지는 비닐 망토를 입은 장엄한 꼬마처럼/흰건반 다음 흰건반 다음 흰건반 다음 검은건반./바로 거기/모두 손을 씻고 돌아간 광장 같았지. 발이 멈췄지./(…)" ('나는 나의 다정한 얼룩말' 부분)


김행숙의 '1914년'은 시인이 4년 만에 내는 신작 시집이다. 근대와 근대 이전의 두 예술가 이상(1910∼1937)과 조지 오웰(1903∼1950)을 불러들여 현재라는 텍스트 안에서 조우시킨다. 첫 번째 시 '1914년 4월 16일'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의 생년월일입니다./나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서/죽은 친구들을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죽은 친구들이 나를 홀로 21세기에 남겨두고 떠난 게 아니라/죽은 친구들을 내가 멀리 떠나온 것같이 느껴집니다./오늘은 이 세상 끝까지 떠밀려 온 것같이/2014년 4월 16일입니다." ('1914년 4월 16일' 전문)
젊은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오은 시인의 새 시집은 '왼손은 마음이 아파'. '오은어(語)'라고 명명될 정도로 자신만의 고유한 리듬과 언어를 선보인 시인이 이번에도 사회의 속살을 향한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을 서른 편의 시에 담아 보여준다.
"왼손이 말을 걸어왔다/마음이 아파/가슴이 찢어져//오른손은 단박에 왼손을 움켜쥐었다/가능했다//한동안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어느 날, 왼손이 걸어왔다/왼발도 아니면서//오른손은 머리가 아팠다/왼손을 이해할 수 없었다//오랫동안 잡은 손에는/땀이 맺힐 대로 맺혀 있었다//오른손은 단숨에 왼손을 뿌리쳤다/능가했다//왼손은 마음이 아파/가슴이 찢어져/잠시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오른손은 당분간 땀만을 이해하기로 한다" ('패러다임' 전문)
여섯 시인은 '신체'를 공통 주제로 하는 에세이도 썼다. 김기택은 머리카락, 이원은 입, 김행숙은 귀, 오은은 손가락, 강성은은 눈, 임승유는 뼈를 주제로 했다.
출판사는 300질 한정으로 작가 친필 사인본 박스 세트를 판매하고, 시인들의 낭독회도 연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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