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일방적 채취 위헌'에 시민단체 "즉각 중단…법 개정"
대검 앞 기자회견…"강력범죄 재범 막는다던 법, 사회운동 탄압"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검찰이 범법자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도 디엔에이(DNA)를 채취해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법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시민단체들은 DNA 채취 즉각 중단 및 법 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들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적인 DNA 채취를 중단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10년 제정됐는데, 법 시행 후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농성에 참여한 노동자·활동가들에 대한 DNA 채취가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인천 한국GM 노동자들, 장애인단체 지체장애인 활동가들 등이 항의 점거와 농성을 이유로 DNA 채취를 요구받거나 강제로 채취를 당했다"면서 "올해도 학내 민주화투쟁으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한신대 학생 5명에게 DNA 채취 시도가 있었다"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헌재가 지적했듯 DNA 채취대상자는 채취 및 등록과정에서 신체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제한받는다"면서 "검찰은 위헌이며 인권침해인 DNA 영장의 청구와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와 국회는 DNA법의 위헌 조항을 개선하는 개정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최영찬 위원장은 "시간이 흘러 세상이 바뀔 줄 알았지만, 철거민·장애인·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투쟁하는 민중들은 국가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국민이 뭉쳐서 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최 위원장은 다른 노점상활동가 2명과 함께 2013년 8월 금천구의 한 아웃렛 쇼핑몰에서 불법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돼 2015년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후 검찰이 영장을 받아 DNA를 채취하자 "영장 발부 과정에서 법원에 입장을 밝히거나 발부에 불복할 절차가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달 30일 헌재는 DNA법에 영장 청구 시 판사가 채취대상자 의견을 직접 청취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명문화돼있지 않아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재판관 6대3 의견 위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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