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식 학살' 운운 두테르테, 이스라엘선 "히틀러는 미쳐"
이스라엘 맞춤형 발언…2년전 히틀러 거론하며 "마약중독자 학살하면 기쁠 것"
[영상 로이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자신을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해 논란이 됐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스라엘 순방 중, 이번에는 히틀러에 대해 "미쳤다(insane)"는 표현을 썼다고 AP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대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치하의 나치 독일에 의해 홀로코스트(대학살) 피해를 당한 점을 고려한 '이스라엘 맞춤형' 발언인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해 "미친 지도자에게 순종하는 국가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또 노인과 여성, 아이들을 살해하고 학살극을 벌이는 인간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면서 "폭군과 미친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제거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5일 홀로코스트 당시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구해낸 필리핀인들을 기리는 조형물도 방문할 예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비판자들이 자신을 히틀러의 사촌으로 묘사한다'면서 "히틀러는 유대인 300만 명을 학살했다. 필리핀에는 300만 명의 마약중독자가 있는데 이들을 학살하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에 히틀러가 있었다면 필리핀에는…"이라며 자신을 가리켜 논란이 됐다.
당시 이스라엘 외무부를 비롯한 전 세계 유대인들이 강력히 항의했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유대인 사회에 깊이 사과한다"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선 바 있다.
이러한 논란 탓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순방이 매끄럽게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무자비한 마약상 단속과정에서 인권 침해 비판을 받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받아들이는 데 대한 이스라엘 내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순방 의제 중에는 필리핀의 이스라엘제 무기구입 건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미 필리핀 경찰에 공격용 소총을 판매하기로 동의한 상태다.
이밖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개XX라고 욕할 것"이라 말한 것과 관련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bsch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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