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온 빈 컨테이너 44% 불량…트레일러 기사들 청소 떠맡아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외국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온 빈 컨테이너들의 상태가 나빠 트레일러 기사들이 청소나 수리를 떠맡는 것으로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4일 부산항만공사가 부산해양수산청, 세관, 검역본부와 공동으로 지난 7월 중순 부산 신항 5개 터미널에서 벌인 빈 컨테이너 유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서 들어온 빈 컨테이너 10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 상태가 불량했다.
항만공사 등은 10일 동안 신항 터미널에서 반출된 6천700여 개의 빈 컨테이너 가운데 4%인 272개를 표본 조사했다.
조사 대상 컨테이너 가운데 141개는 선사들이 외국에서 부산항으로 들여온 것이었다.
트레일러 기사들이 배정받아 화주에게 가져가기 전에 문을 열어 확인해 보니 내부에 각종 쓰레기가 남아있거나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슬고 못이 돌출해 있는 등 상태가 나쁜 게 62개로 44%를 차지했다.
이런 컨테이너들은 기사들이 빗자루나 걸레로 내부를 청소하고, 스프레이 페인트로 녹슨 부분을 칠하는 등 수리를 해서 화주에게 가져갔다.
불량 컨테이너 가운데 2개는 안에서 폐기물이 나와 기사가 수리·세척장까지 실어다 주고 다른 것으로 교환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
청소나 수리가 제대로 안 된 컨테이너의 출발지는 북미(27개)가 가장 많고 남미(14개), 중동(8개), 아시아(3개), 기타(8개)의 순이었다.
외국에서 들여온 빈 컨테이너의 불량 비율은 국내에서 재유통되는 것에 비교해 훨씬 높았다.
재유통 컨테이너는 국내 기업들이 수입품을 빼내고 반납한 것을 부두 야적장에 보관하다가 수출업체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재유통 컨테이너 131개 가운데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18.3%인 24개였다.
내부에 일부 녹이 슬거나 못이 돌출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수입품을 담은 컨테이너는 화주나 기사가 반납 전에 내부 청소를 하는 데다 터미널에서 선사 측의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외국서 들여온 컨테이너처럼 각종 쓰레기나 폐기물이 그대로 남은 경우는 거의 없다.
상태가 불량한 컨테이너 때문에 트레일러 기사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선사들이 제대로 청소나 수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화주에게 그대로 가져다주기 적합하지 않은 컨테이너를 배정받는 경우 다른 것으로 교환하려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므로 웬만하면 직접 청소나 수리를 한다.
선사들은 수입 화주들에게서 청소비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서도 깨끗한 컨테이너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기사들에게 청소를 떠넘기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항만공사는 이번 표본조사에서 문제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1월께 부산신항 터미널을 대상으로 한 달 정도 조사해 어떤 선사들이 어느 지역에서 들여오는 빈 컨테이너에 어떤 유형의 문제가 있는지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 내년 이후에는 조사횟수와 표본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해양수산부, 검역본부, 환경부, 세관 등에 제공해 항만을 통한 각종 유해 곤충이나 위험물질의 유입 가능성에도 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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