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오지환 논란'…선수·감독만의 문제일까, KBO·LG는?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야구대표팀은 3일 오전 귀국했지만 모두 경직된 표정이었다.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선수 선발' 논란이 일면서 야구 팬들의 거센 비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 선발을 둘러싼 팬들의 우려와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오지환(28·LG 트윈스)은 연령 제한으로 인해 지난해가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으나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상무나 경찰청에 입단하지 않으면 현역병으로 입대해 야구를 할 수 없게 되지만, 오지환은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돼 금메달을 따서 병역을 면제받겠다며 모험을 한 것이다.
오지환은 2년 전에는 경찰청에 지원했다가 팔뚝 문신으로 인해 탈락했다.
함께 탈락한 이대은은 문신을 지우고 재지원했지만, 오지환은 경찰청이나 상무 대신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자신의 야구인생을 걸기로 했다.
이때부터 야구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2009년 프로 데뷔한 오지환은 9년 동안 KBO리그에서 뛰었으나 단 한 번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무슨 배짱으로 버티는지, 자신을 뽑아달라는 시위인지 포털 게시판이 뜨거워졌다.
팬들이 화가 난 것은 국민의 의무인 병역을 어떡하든 피해 보려는 오지환의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직접 선발한 선동열 감독의 행보도 석연찮다.
선동열 감독과 가까운 지인은 "선 감독이 대표선수 선발 하루 전까지 오지환은 뽑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마음이 변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표선발 회의에 참석한 유지현 LG 트윈스 코치가 선동열 감독에게 '오지환 발탁'을 강력하게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선수 선발의 모든 책임은 결국 감독이 지는 것이다.
선 감독은 대표선수 선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지환을 백업 유격수로 뽑았다"고 밝혔으나 타격과 수비 성적을 따져보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았다.
그렇다면 '오지환 논란'은 선수 본인과 감독만의 잘못일까.
오지환의 소속팀 LG 구단은 논란이 지난해부터 시작됐는데도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류중일 LG 감독은 오히려 "내가 국가대표 감독이라면 오지환을 뽑겠다"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LG는 오지환을 감싸기 전에 오지환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 과정부터 반성해야 한다.
프로구단에서 선수들의 병역 문제는 부상 관리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업무다.
LG와 한지붕에 있는 두산 베어스의 경우 신인 선수가 들어오면 입대 시기부터 검토한다고 한다.
같은 포지션 주전 선수의 기량과 전성기, FA(자유계약선수) 획득 시기 등을 고려해 신인 선수를 언제 입대시키는 게 가장 좋을지를 결정한다.
이정후(넥센)처럼 입단 2∼3년 이내에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할 재목이 아니면 한 살이라도 어릴 적에 병역 의무를 마치는 게 선수 본인은 물론 구단의 1군선수 수급에도 훨씬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LG는 오지환을 대책없이 9년 동안 데리고 있다가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대표팀에 떠밀었다.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을 선발하고 파견하는 주체인 KBO의 행태도 마뜩잖다.
KBO는 오지환 논란이 일찌감치 예견됐음에도 '선수 선발은 감독의 전권'이라며 뒷짐만 지는 모양새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KBO 총재가 누구를 뽑거나 뽑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논란이 예상되는 대표선수 선발에 관해 최소한의 자격 조건과 기준조차 만들지 않고 모든 것을 감독에게 미룬 것은 KBO의 직무유기다.
팬들은 오지환의 병역 회피 행보와 선동열 감독의 부적절한 선수 선발에 화가 났지만 단 한마디의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는 KBO와 LG 구단의 무성의한 태도에도 크게 실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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