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깃발 흔들며 다시 목소리 키우는 유럽 극우
獨 소도시 연일 난반민 시위…스웨덴 총선서 약진 전망
제도권 안팎 지지세 확산…정부 내 권력 장악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유럽의 극우 세력이 '반이민'을 기치로 최근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극우 세력은 늘어나는 이민자나 난민들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이용, 제도권 안팎에서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독일 동부 작센 주의 소도시 켐니츠에서는 토요일인 지난 1일(현지시간) 이민자 출신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독일인 남성 사망 사건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에 8천 명이 모였다.
집회는 극우성향의 제3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극우단체 '페기다' 주도로 열렸으며, 참가자들은 '우리가 국민이다', '메르켈 물러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켐니츠에서는 지난달 26일 거리 축제 중 35세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남성이 용의자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이민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이날 좌파 단체를 중심으로 모인 3천 명이 맞불 시위에 나서면서 극우 시위대의 거리 행진을 가로막았다. 집회 과정에서 극우 시위대 중심으로 폭력 행위가 벌어져 3명의 경찰을 포함해 18명이 다치기도 했다.
켐니츠에서 지난달 26일 시위 참가자 10명이 나치 식 경례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바이에른주 로젠하임에서는 지난달 30일 한 주점에서 경찰관 2명이 반이민 언급을 하고 나치식 인사를 한 혐의로 직무가 정지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럽에서 가장 자유롭고 이민자에게도 개방적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는 오는 9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성향의 스웨덴민주당(SD)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20%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이 당은 2010년 총선에서 5.7%의 득표율로 20석을 얻으며 의회에 첫발을 들였으며, 2014년에는 지지율을 배 이상인 12.9%로 끌어올렸다.
스웨덴민주당은 2015년 유럽 난민 사태 이후 범죄나 병원 대기시간, 학교나 연금 등 대부분의 문제를 이민과 연결지으며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지난달 13일 밤 조직적인 범죄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는 잇단 방화로 차량 80대가 불에 탔으며, 열흘 후인 지난달 22일 밤에도 10곳에서 연쇄적으로 화재가 일어났다.
또 프랑스에서는 차세대 극우 정치인이 유럽연합(EU) 반대와 프랑스 제일주의 등 강한 우익 색채의 가치들을 교육하겠다며 대학원을 개교해 눈길을 끌었다.
28살의 마리옹 마레샬은 최근 제3 도시의 리옹에 사회과학경제정치연구소(ISSEP)라는 이름의 소규모 대학원 과정 학교를 설립하고 첫 학생을 모집했다.
마레샬은 지난해 5월 대선 결선투표에 후보를 올린 극우정당 국민연합(RNㆍ옛 국민전선)의 당 대표인 마린 르펜(50)의 조카이자, '원조'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90)의 외손녀다.
2012년 총선에서 국민전선 후보로 출마한 마레샬은 당시 22살의 나이로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이모인 마린 르펜이 작년 5월 대선에서 참패한 뒤 돌연 총선 불출마와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한 뒤 진로를 모색해왔다.
유럽에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극우정당이 정권을 담당하거나 권력의 일부를 쥐고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반난민, 반(反)이슬람을 표방하는 극우정당 '동맹'이 지난 6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했다.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는 연정 참여 이후 내무장관직을 맡아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4월 헝가리 총선에서 반난민·반EU를 내걸어 무난히 4선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유럽 내 '극우의 영웅'으로 불리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제3당이 되면서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 사회 전반에 보수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최근 공영방송이 흑인사회와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영을 돌연 취소해 논란이 됐으며, 난민 지위 신청자들의 견습 근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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