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예수' 화가 김병종 교수 정년퇴임…"그림은 밥 글은 반찬"
서울대 강단 떠나 창작에 매진…"관악캠퍼스에서 그림 영감 얻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그림이 밥이라면 글은 반찬이죠. 서울대에 있으면서 밥과 함께 반찬도 먹은 셈이죠."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대 교단에 섰던 동양화과 김병종(65) 교수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걸어온 화가이자 작가의 길을 이같이 표현했다.
김 교수는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등의 그림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중국회화연구', '화첩기행' 등의 저서도 펴냈다. 대학 시절에는 신문사 신춘문예 희곡·미술평론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정년퇴임하며 교수의 길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그리는 삶, 글 쓰는 삶, 가르치는 삶 등 3가지 삶을 살아온 그에게 이제 가르치는 삶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1980년 서울대 미술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1985년부터 교수로 서울대에 재직한 김 교수는 서울대가 아니라면 많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그에게 단순히 모교가 아닌 작품의 '원천'이었던 셈이다.
대표적인 작품인 '바보 예수'와 '생명의 노래' 연작들 모두 서울대에서 탄생했다고 김 교수는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중반 석양 지는 어느 날 미대에서 나와 교문 쪽으로 가는데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다"면서 "학생들과 전경들이 돌팔매질하고 최루탄을 쏘며 대치하는데 문득 예수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가 지금 이곳에 오면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화해와 사랑, 용서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다시 십자가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그림 형상이 이미지로 떠올랐다. 작업실로 돌아가 바로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생명의 노래'도 서울대에서 나왔다. 그는 "1989년 서울대 앞 고시원에서 책을 쓰다가 연탄가스를 마셔 병원치료를 받았다"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관악산에 갔다가 언 땅에서 꽃 한 송이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 서울대에 보답하기 위해 재직 시절 내내 노력했다.
김 교수는 "군대의 '그림 사역병'이라고 할 만큼 많은 그림을 학교 관계자에게 답례품으로 건넸다"며 "학교에 기부를 많이 하신 분들에게도 드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방한했을 때도 드렸다"고 말했다.
또 캠퍼스위원회에 참여해 서울대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아쉬운 점이라면 학생들이 감성을 느낄 수 있게 캠퍼스를 꾸미고 싶었는데 대학이 실용성을 강조하다 보니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 했다"면서 "대학이 대학다운 문화적 가치를 꽃 피웠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퇴임 이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창작 생활에 매진할 계획이다. 교수 시절보다 더 바쁜 일상을 살아갈 것 같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삶의 일부분이 이제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지만 더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될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데 집중해 더 많은 창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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