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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명의 9월…특사파견→남북정상회담→유엔총회 어디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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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명의 9월…특사파견→남북정상회담→유엔총회 어디로?(종합)
대북특사 파견으로 중재외교 본격화…빅딜 vs 대치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반도 정세가 9월에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가들의 '빅 이벤트'들이 몰려 그로 인한 정세 변화가 클 것으로 보여서다.
우리 정부가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행사 이전 시점인 다음 달 5일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결정하면서 중재외교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일단 북한의 70주년 정권수립일(9·9절) 이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은 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비핵화 진전은 물론 중국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있어야 방북 허가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기색이다.
외교가에선 차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더디지만 꾸준하게 이어져 온 북미 대화 기류에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다음 달 외교 이벤트들에 관심이 쏠린다.
핵심은 9·9절이다. 무엇보다 작년에 빈발했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발을 중지하고 올해 들어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여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9절에 '성과'가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작금의 북미협상 교착 정국은 김 위원장으로서도 난감한 일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9·9절 방북 여부도 큰 관심거리다. 그러나 폼페이오 방북을 불허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미협상을 훼방 놓고 있다면서 중국 배후론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판에 북중 양국 모두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한 북중정상회담을 계획했던 북한은 물론 중국으로서도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9·9절 행사에 앞서 정부는 다음 달 5일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과 남북 정상회담 준비 및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방안 논의에 나선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특사 파견 결정을 공개하며 "대북 특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번 특사 파견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북미 협상 교착국면이 지속하는 가운데 주도적인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간 교착국면을 타개하려는 북한 측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 대변인도 "우리 쪽에서만 (특사 파견을) 생각한 것은 아니며, 남북 모두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협의했다"며 "이 시점에서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특사 파견의) 기본적 의제는 남북정상회담 의제 조율"이라며 "남북 정상이 높은 수준의 합의문을 만들려면 비핵화 진전이 필요한데 정상 간 직접 논의는 부담스러운 만큼 사전에 특사가 북미 간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중재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이라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이어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하면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유예 등과 관련해 우리의 역할을 담보하고 미국도 설득하겠다는 방식의 제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특사 파견이 전격적으로 성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9월 방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를 통해 북미간 중재를 이룰 수 있다면 기대를 모은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방안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작금의 국내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9월의 한반도 정세가 어떠할지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미 행정부가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전향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공식적인 대응을 삼가면서 상황 관리에 치중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미 모두 서로 먼저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대 쟁점인 핵신고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 공방은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대치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비핵화·평화구축'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국이 미국·중국과 협의를 거친 종전선언과 체제보장안부터 최종적 비핵화까지 모두 담긴 비핵화 일정표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제시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한 당국자는 "북한이 워낙 대규모 행사를 앞둔 만큼 당분간 큰 변화 없이 지금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로서는 일단 남북 정상회담 관련 준비 및 주변국 협의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으로 치달아 극도로 악화한 미중관계와 북미관계를 연계시키려는 의지를 비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북한-미국-중국 간 상호작용이 9월에 어떻게 전개될 지도 관심거리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시 주석의 9·9절 방북 여부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 주석이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북중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면서 대북제재 완화 목소리를 키운다면 미중 관계는 극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북미 간에 그동안 유지돼온 대화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뿐더러 미국은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 죌 공산이 크다.
외교가에선 '빅 이벤트'들이 몰린 9월을 소득 없이 보낼 경우 그 이후 상황이 우려된다는 견해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연방 상·하원을 포함해 주지사 등을 뽑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대북 관리 모드에 들어갈 공산이 크고, 그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및 남북 협상에 소극적이거나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어서다.
조성렬 위원은 "지금까지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견인한 측면이 있지만 (진전 없이) 10월로 넘어가면 북한이 남북관계조차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중재외교가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일 양국 간 접촉 추이도 9월에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일본의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 정보관,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 책략실장이 지난달 미국에 알리지 않고 베트남에서 비밀회담을 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북일 간에 의미 있는 접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다양한 루트를 통해 대화를 모색해왔고, 근래 북한은 구속했던 일본인을 이례적으로 조기 석방해 관심을 끌었다. 따라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북일 간에 시각차가 좁혀지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북을 통한 북일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될 수도 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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