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가게 "시금치 없어요"…채솟값 급등에 온라인 구매 급증
시금치 소매 가격 평년 3배…G마켓, 채소 온라인 매출 최대 2배↑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 자리한 반찬 가게는 당분간 시금치와 미나리 메뉴는 팔지 않겠다는 내용을 홈페이지 블로그를 통해 공지했다.
이 가게는 "시장 물가가 안정선을 찾을 때까지 시금치와 미나리는 메뉴에서 빠진다. 참고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던 직장인 박모(32·여)씨는 시금치 한 단에 8천원이 넘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가볍게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려던 그는 이내 들었던 시금치를 내려놓고 몇천 원을 보태 수입 소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최근 폭염과 폭우로 일부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거리와 반찬거리마저 장바구니에 담기 겁난다는 소비자의 하소연이 늘어나고 있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가격이 많이 올라 '금(金)금치'라고까지 불리는 시금치(이하 상품·소매 기준)는 ㎏당 3만8천986원을 기록, 1년 전 1만4천658원의 2.65배로 나타났다. 평년 가격 1만2천450원과 비교하면 무려 3.13배다.
무는 개당 4천33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2천904원보다 1.38배, 평년 2천12원보다는 딱 2배가 뛰어올랐다. 배추는 포기당 8천311원으로 지난해 6천559원을 크게 웃돌았고, 평년 가격 4천665원과 비교하면 1.78배나 비쌌다.
다만, 올봄 가격이 크게 올라 한때 '금(金)자'라는 별명까지 얻은 감자는 100g당 324원으로 집계돼 1년 전 318원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역시 평년 가격 235원과 비교하면 1.37배 비싼 가격이다.
이처럼 채솟값이 뛰면서 마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1개월간 신선식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최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채소에서 두드러졌다.
시금치는 이 기간 판매량이 27% 늘어났고, 올여름 폭염으로 고랭지 작황 부진을 겪어 가격이 오른 배추와 무는 각각 23%·59% 신장했다.
국내산 과일 가운데에서는 복숭아 42%, 수박 27%, 포도 17%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온라인에서 더 팔렸다. 풋고추는 70%, 오이는 무려 96%나 더 팔려 2배나 껑충 뛰었다.
이 밖에 참외, 키위, 토마토도 각각 21%, 19%, 18%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G마켓은 "온라인몰은 중간 유통 단계가 비교적 적기 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채소나 과일을 살 수 있다"며 "2014년부터 신선식품 전문관 '지프레시'를 열고 상품 판매 기획 단계부터 배송까지 MD가 직접 판매자를 엄선해 농수산물, 축산물,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인 만큼 포장 등의 패키지도 G마켓에서 지원 중"이라며 "MD의 검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제품만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무료반품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션 역시 2014년부터 국내산 농수축산물과 전통식품을 파는 신선식품 전문관 '파머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식품 카테고리 전문 매니저와 식품 유통 전문가가 직접 산지를 방문해 상품 품질을 들여다보고 제품을 내놓는다.
생산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직접 산지와 상품을 소개하는 '생산자 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G마켓 관계자는 "장바구니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채솟값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조금이나마 합리적인 가격으로 채소를 사고자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폭우와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라 온라인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