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집중호우에 150만 발 동동…대전시 안이한 대응 도마 위
전문가 "쓰레기·낙엽으로 막힌 배수시설 화 키웠을 가능성 커"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28일 오전 대전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150만 시민이 출근길 교통대란을 겪은 것에 대해 대전시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오후부터 충청지역에 최대 200㎜ 이상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까지 대전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140㎜다.
그러나 누적 강수량의 절반가량인 65.3㎜는 이날 오전 4시 58분부터 5시 57분까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쏟아졌다.
한 시간 동안 내린 집중호우로 대전 대부분 지역에서 교통대란이 발생한 셈이다.
오전 6시께 유성구 일부 도로는 순식간에 성인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랐고, 흙탕물 때문에 도로와 인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도로 침수 사실을 모른 채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도로가 침수돼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출발지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주요 도로가 빗물에 잠기면서 일부 시민들은 버스나 승용차 대신 걸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도로는 출근길에 나섰다가 빗물에 갇힌 승용차와 물에 빠진 차를 끌어내려는 견인차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통제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민 김모(48) 씨는 "평소에는 출근하는데 20분이면 충분했는데, 오늘은 2시간 넘게 걸렸다"며 "대전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성구 전민동·도룡동·지족동·장대동 일대는 도로의 빗물이 인근 상가와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면서 침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밤사이 차량을 이동 주차하지 못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여러 대가 침수되기도 했다.
대전시는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비로 오후 4시 현재까지 주택 침수 25채, 도로 침수 41곳, 담장 및 축대 붕괴 12건 등 모두 17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번 침수는 집중호우로 도로 주변 가로수의 낙엽과 화단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배수구를 막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전시에 접수된 피해 접수 상황을 분석할 때 주택이나 농경지보다 도로 침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여기에 하수관이 역류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는가 하면 하천이 범람하지 않았다는 점도 배수시설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새벽 시간대 1시간 동안 집중호우가 내리기는 했지만, 배수시설만 잘 정비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오전 도로 침수가 발생한 유성구 전민동 일대에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배수구를 뚫자 금방 물이 빠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낙엽·토사·쓰레기 등으로 꽉 막힌 배수시설이 주요 도로 침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방재 당국이 재해 예방 대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순오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장마가 오기 전인 4∼6월 사이에 이물질과 토사가 쌓여 있는 배수시설을 청소해야 하는데 제대로 청소가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배수시설 시스템 문제인지, 평소 유지관리가 부실했는지는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침수 지역은 완전히 도시화가 진행된 곳이 아니다 보니 홍수대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배수시설을 청소할 때 도심 지역은 단순히 토사만 제거하면 되지만, 교외 지역은 낙엽이 들어가 입구를 막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강혁 시 시민안전실장은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파악한다"면서도 "최근 태풍에 대비해 배수시설을 정비했지만, 빗물에 쓰레기 등이 떠내려오면서 배수를 방해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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