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움직임, 무역갈등 완화 위한 좋은 전략"
킴벌리 SCMP 기고…"美의회의 '中 환율조작국' 입법 움직임 완화 효과도"
"환율 결정 시 경기대응요소 재도입, 시의적절하며 전략적인 발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최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정할 때 경기대응요소(counter-cyclical factor)를 재도입하기로 하는 등 위안화 절상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라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저명한 금융 전문 칼럼니스트인 닐 킴벌리는 2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정할 때 경기대응요소를 재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안화 기준환율을 정할 때 경기대응요소를 재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인민은행이 거래일마다 24개 외국 통화의 움직임을 고려해 위안화 환율을 설정해 공표한다.
경기대응요소를 재도입하겠다는 것은 위안화 환율 결정 과정에서 다른 통화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당국의 판단에 따른 조정도 가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킴벌리는 인민은행의 결정에 대해 "시의적절하며 전략적으로 매우 유용한 발표"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인민은행의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미·중 무역협상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종료된 직후 나온 데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과 중국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비드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을 대표로 하는 차관급 무역협상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기준환율 고지 시 경기대응요소 재도입 결정은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을 희석할 뿐 아니라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미국의 비판을 약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킴벌리는 진단했다.
킴벌리는 인민은행의 결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뿐만 아니라 미국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킴벌리에 따르면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라운드를 한 다음 날인 지난 6일 중국이 미국의 관세부과를 상쇄하려고 일부러 위안화 약세를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선언하는 입법을 재추진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이 법안이 환율 조작을 통해 이익을 얻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의회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인민은행의 경기대응요소 재도입 결정은 그레이엄과 같은 미국의 정치인들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선언하는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성적인 결정이라는 것이 킴벌리의 견해다.
킴벌리는 "인민은행 발표는 전략적으로 영리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5월 26일 경기대응요소를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이 제도의 도입 직후 위안화 가치는 6.7%가량 절상됐다.
그러다 올해 1월 인민은행이 위안화 안정을 이유로 이 조치를 거두자 위안화 가치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기준환율 결정 시 경기대응요소 재도입 발표 이후 위안화의 가치는 지속해서 반등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28일 오전 달러-위안 거래 고시환율을 전일 대비 0.0456위안(0.67%) 하락한 6.8052위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6월 1일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절상 폭이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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