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34.34

  • 33.10
  • 1.32%
코스닥

696.83

  • 19.82
  • 2.93%
1/3

이전이냐 현 부지 증설이냐…갈등의 현장 '김해소각장'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이전이냐 현 부지 증설이냐…갈등의 현장 '김해소각장'
아파트 단지 길 건너 위치…이전 요구에 시 "문제없다 증설 진행"
주민 "이사 온 후 혈압 높고 당뇨에다 비염·고지혈증까지 생겼다"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김해시 장유신도시를 담당하는 장유출장소를 찾아가면 바로 옆으로 대형 굴뚝 2개가 나타난다. 출장소 정문 바로 옆엔 김해시 폐기물 소각장이 있고 4차선 도로 건너 한국지역난방공사 김해지사 건물이 들어서 있다.
난방공사 옆으론 아파트 건물이 줄줄이 들어서 있고 아파트 단지에는 부곡초등학교도 있다.
폐기물소각장이면 조금은 외진 곳에 있겠거니 생각한 사람 입장에선 주거지와 너무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각장을 놓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수년째 속히 외곽으로 이전해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해시는 한때 시장 후보들이 이전 공약을 함에 따라 이전을 전제로 부지를 물색하다 이젠 '현 위치 증설'로 입장을 바꿨다.
28일 오전 소각장 안으로 들어가자 마침 폐기물을 실은 청소차가 들어왔다.
청소차가 뒷문을 열고 폐기물을 내려놓으려 하자 주민감시원이 불법 폐기물이 섞여 있는지 일일이 검사했다.
부곡주민지원협의체에서 지명한 감시원이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거치는 과정이라고 소각장 측은 설명했다.
24시간 가동되는 소각장 중앙제어실에는 직원 3명이 소각 전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앙제어실 대형 화면에는 소각 후 굴뚝으로 최종 나가는 배출가스 성분은 어떤지 온도를 포함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8개 항목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이 수치들은 다시 소각장 건물 밖 150m 굴뚝 아래 굴뚝 원격감시장치(TMS)를 통해 한국환경공단으로 전송된다.
주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다이옥신은 연간 2회 이상 측정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외부 지정 기관에 의뢰해 측정해왔다. 주민협의체 요구에 따라 최근 검사기관을 바꾸기도 했다.
최근 다이옥신 검사결과는 허용 기준인 0.1ng(나노그램)의 1% 수준인 0.001ng이라고 시는 밝혔다.
10년 평균 측정치는 0.0068ng이었다고 한다.
소각장 이전을 요구해온 주민대책위는 이 수치를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 시는 주민들 입장을 고려해 한 번 시료 채취 때 6주가 걸리는 연속시료 채취 장치를 수억원 들여 설치하고 주민건강영향조사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루 200t 처리용량의 소각장은 2001년 6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15년 가동 연한을 지나 다시 5년 연장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놓았다. 시는 소각장 시설 안에 2호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도 미리 확보해놓았다.
2호기 설치와 1호기 현대화 등에 모두 898억원이 소요되는데 이 가운데 70%를 국·도비로 지원받는다는 것이 김해시 설명이다.
소각장을 운영하는 동부건설 관계자가 현 소각장 시설 안에 소각로 2호기 등을 추가 설치할 공간을 보여줬다.
주민들만 동의하면 추가 부지 확보도 필요 없이 기존 시설을 활용해 2호기를 설치할 수 있고 시가 주장하는 '현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 측은 "1호기를 옮겨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이전 부지까지 물색하던 시가 이제 와서 1호기 이전은커녕 2호기를 증설하겠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가 내달 1일 시민원탁회의 형식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현 소각장 안 2호기 증설을 밀어붙일 태세다.
소각장증설반대·이전촉구주민공동비상대책위 측은 이에 맞서 행사 당일 주민 궐기대회를 열기로 해 충돌을 예고했다.
소각장에서 4차선 도로 건너에 있는 아파트 단지 안 곳곳에는 소각장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폐기물 관련 법상 소각장 '영향권'인 300m 안에 2천600여 가구 약 1만 명 가량이 살고 있다.
박원주 대책위원장은 "밤이고 낮이고 특히 궂은 날이면 악취와 함께 분진에다 다이옥신 공포 속에 이전 약속만 믿고 18년을 참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아파트 주민 이경숙 씨는 "지금도 비가 오거나 흐린 날 새벽 시간이면 역겨운 냄새 때문에 숨을 못 쉴 정도여서 더워도 창문을 열 수가 없다"며 "이곳에 이사 온 후 혈압이 높아지고 당뇨에다 비염·고지혈증까지 생겼고 딸하고 같이 알레르기약을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주민들 가운데 소각장 때문에 이사한 사람이 많고 빈집도 많다고 들었다"며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며 "소각장 굴뚝이 높아 피해는 근처에 그치지 않고 훨씬 넓은 지역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94051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