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全 전대통령의 알츠하이머 사유 재판 불출석 어이없다
(서울=연합뉴스) '전 재산 29만 원'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또 비난을 자초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로 적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에서 열린 첫 재판에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전 씨 측은 재판 하루 전날 입장문을 통해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재판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 씨의 재판 불출석에 5·18 관련 단체들이 분노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 씨의 구속을 촉구하는 글까지 올랐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일단 전 씨가 내세운 알츠하이머 질환은 현행법에 규정된 피고인의 불출석 사유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277조는 피고인 불출석 사유로 ▲ 5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 해당 사건 ▲ 공소기각 또는 면소 재판이 명백한 사건 ▲ 장기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 500만 원 초과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신청이 있고 법원이 이를 허가한 사건 ▲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으로 한정한다. 이를 무시하고 재판에 불출석하면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구인할 수 있다.
전 씨가 지난 5년 동안 알츠하이머를 앓아왔다는 주장도 그의 지난 5년 행적을 되돌아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전 씨는 지난해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일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투표장에 나타났는가 하면 2015년 10월에는 모교인 대구공고 체육대회에 정정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전 씨의 재판을 맡은 재판장은 이날 법정에서 변호인에게 "알츠하이머를 2013년 전후로 앓았다고 하는데, 회고록은 2017년 4월 출간했는데 모순 아닌가"라고 묻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난 5월 기소된 전 씨가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특권의식에 빠진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전 씨는 그동안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을 두 차례나 연기신청을 해 5월과 7월에 열릴 예정이던 재판을 모두 연기시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전 씨는 "고령에다 건강 문제로 멀리 광주까지 가서 재판을 받기 어렵다"며 재판부를 서울지역 법원으로 옮겨줄 것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12·12 쿠데타에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하고 정권을 찬탈한 전 씨는 광주를 직접 찾아 자신의 과거를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다. 그것도 고령이나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았을 때 해야 의미를 부여받을 것이다. 전 씨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추한 모습을 더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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