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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민간인 총살' 명령 거부한 문형순 '경찰 영웅' 선정(종합)
한국전쟁 당시 성산포서장…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에 "부당하므로 불이행"
흉기 찔리고도 범인 추격해 검거 후 순직한 김학재 경사도 함께 선정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6·25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에 저항해 수많은 목숨을 구한 고(故) 문형순 전 제주 성산포경찰서장(경감)이 2018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3일 위원회를 열어 문 전 서장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하고 추모 흉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문 전 서장은 4·3사건에 이어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1950년 8월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 명령을 거부했다. 당시 경찰은 법적 근거나 기준 없이 '불순분자 구금' 명목으로 많은 민간인을 연행해 집단 총살했다.
문 전 서장은 성산포서장 재직 당시 계엄군의 총살 명령을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며 거부하고 221명을 풀어줬다.
그에 앞서 모슬포서장 대리로 근무하던 1949년에는 좌익세력에 연루된 모슬포 주민들을 상대로 자수를 권유하고, 우익단체 서북청년단의 개입을 막아 100여 명의 생명을 지키기도 했다.
1897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출생한 문 전 서장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일제 강점기인 1929년 4월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단체 '국민부'에서 중앙호위대장으로 활동하는 등 만주 일대 항일단체에서 적극 활동했다. 그는 해방 후 1947년 경찰에 투신했다.
1953년 경찰복을 벗은 문 전 서장은 쌀 배급소 등에서 일하며 홀로 지내다 1966년 유족도 없이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를 독립유공자로 올리려는 심사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근거자료 미비'로 계속 탈락했다.
아울러 경찰청은 1998년 5월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도 추격을 계속해 검거한 뒤 병원 이송 중 순직한 당시 경기 부천남부서 소속 고 김학재 경사를 경찰 영웅으로 함께 선정했다.
경찰은 이달 중 해당 지방경찰청에 예산을 내려보내 흉상 제작을 진행하고, 경찰 추모주간인 오는 10월 셋째 주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에게 발포하라는 신군부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이 첫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됐다. 고인의 근무지였던 전남지방경찰청에는 흉상이 세워졌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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