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계승자냐, 트럼프 계승자냐…부인 신디 등 10명안팎 거론(종합)
'매케인 의원직' 누가 승계하느냐 美정치권 설왕설래…애리조나 주지사가 결정
"11월 재선 노리는 듀시 주지사, 親트럼프와 親매케인 모두 수용할 인사 뽑을듯"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별세함으로써 의원직 승계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매케인 의원의 후임은 애리조나 주법에 따라 공화당 소속 덕 듀시 주지사가 지명하게 돼 있다.
지난 2016년 6선에 당선된 매케인 의원의 잔여 임기가 4년이 남은 가운데 듀시 주지사가 지명한 후임 인사가 2년간 의원직을 승계하고, 2020년 선거에서의 당선자가 2022년까지 나머지 2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지만, 미 정가에서는 초당적 존경을 받아온 매케인 의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후임 승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로 여겨져 왔다.
후임자 지명은 매케인 의원의 장례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듀시 주지사는 이날 대니얼 루이즈 선임고문을 통해 낸 성명에서 "고인이 영면에 들 때까지 지명에 관한 어떤 발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약 10명 안팎의 후보가 거론된다.
듀시 주지사 본인도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재선에 도전하는 그는 매케인의 의원직을 승계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대변인이 밝힌 바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후보 가운데 한 명은 매케인 의원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이다. 듀시 주지사는 지난 5월 매케인 가족을 방문한 적이 있어, 신디를 승계자로 지명할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낳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나 듀시에 맞서 애리조나 주지사 공화당 후보에 도전하는 켄 베넷은 연초부터 신디의 승계 가능성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베넷은 올해 초 트위터를 통해 듀시 주지사가 매케인의 후임에 신디를 승계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듀시 주지사는 "품위 없고 불쾌한 언급"이라고 비판했다.
베넷은 25일 매케인 의원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에도 "듀시 주지사는 리더십이 부족한 신디를 승계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이 밖에 크레이그 버렛 전 인텔 최고경영자의 부인으로 핀란드 대사를 지낸 바버라 버렛, 듀시 주지사의 비서실장인 커크 애덤스, 매케인 의원과 가까웠던 애리조나주 검찰총장 출신의 그랜드 우즈, 미국프로풋볼(NFL)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마이클 비드윌 사장, 존 키일 전 연방 상원의원, 맷 새먼 및 존 샤데그 전 연방 하원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에일린 클라인 애리조나 주 재무장관과 애리조나 주 공립대학 이사회 멤버인 캐린 테일러 롭슨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매케인 의원의 실용주의적 중도우파 노선을 이을 후계자를 뽑느냐,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을 뒷받침할 강경파를 지명하느냐를 놓고 듀시 주지사가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매케인 의원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인사가 지명되기를 원하지만, '친(親) 트럼프' 성향의 보수주의자들은 대통령에게 충성할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WSJ도 매케인 의원의 후임 지명과 관련, 공화당 내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스러운 인사를 요구하는 등 듀시 주지사에 대한 압력이 거세다고 전했다.
듀시 주지사와 가까운 애리조나의 공화당원들은 NYT에 주지사가 남은 임기를 채울 '관리형' 인물보다는 2020년 보궐선거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 적극적인 후보자를 물색 중이라면서, 당의 '풀뿌리' 보수주의자들은 물론 매케인 의원의 가족과 친지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듀시 주지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이런 관점에서 애리조나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듀시 주지사가 2020년 보궐선거 도전 가능성이 낮고 친 트럼프 유권자들이 반대하는 신디 매케인을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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