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축되는 디젤차…9월부터 배기가스 측정기준 강화
WLTP 모두 적용…가격 인상 불가피·인증 부담 늘어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오는 9월부터 한층 강화된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 방식이 국내에서 적용됨에 따라 디젤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강화된 규제를 맞추느라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추가로 단 차량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정부 인증을 새로 받으면서 모델별로 판매에 제약이 있을 수 있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인 국제표준시험방법(WLTP)이 국내 모든 중·소형 디젤차에 적용된다.
작년 9월부터 새로 인증받는 디젤차에는 이미 해당 규제가 적용됐다. 다음 달부터는 기존의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으로 인증을 받아 생산 중인 모델에도 동일하게 시행되는 것이다.
WLTP가 적용되면 시험주행 시간과 거리, 평균속도가 늘어나고 더 자주 감속·가속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시험 차량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기존과 같은 기준인 '0.08g/㎞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통과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셈이다.
새 규제에 맞춰 제조사들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희박질소촉매장치(LNT) 등 기존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외에 요소수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추가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최근 출시한 투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디젤 모델과 올해 초 완전변경(풀체인지)이 이뤄진 싼타페 디젤 모델에 SCR을 달았다.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은 단종하기로 했다. 판매량이 저조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생산을 유지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기아차[000270]는 쏘렌토와 스포티지, 모하비 등에 이미 SCR을 넣었다. 디젤 세단의 경우 현대차처럼 아직 단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젤차가 주력인 쌍용차[003620]도 최근 SCR을 적용한 G4 렉스턴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등 대부분 차종을 새 규제에 맞게 손봤다.
한국지엠(GM)의 경우 이쿼녹스는 이미 SCR을 단 채 판매되고 있고 최근 연식변경을 거친 트랙스에도 SCR이 추가됐다.
디젤 세단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 연말 출시 예정인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에는 SCR을 채택한 디젤 엔진이 추가될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은 SM3, SM6, QM3, QM6, 클리오[237880]의 디젤 모델에 대해 SCR 장착 없이 LNT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새 규제를 충족시켰다.
수입차업체들도 대부분 디젤 제품군에 SCR을 장착해 순차적으로 인증을 새로 받고 있다.
다만 기준 자체가 까다로워진 데다 인증 대상인 차종도 많아 업무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추가로 달리면 차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디젤차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CR 장착에 따라 가격이 100만∼300만원가량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비용이 들어간 것을 고려하면 차량 가격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통 SCR 장착과 함께 이뤄지는 연식변경에 따른 상품성 개선도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가을 수입차를 중심으로 디젤차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8월 31일까지 생산했거나 통관한 차는 새로 인증을 받지 않아도 올해 11월 30일까지 판매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뒀는데, 수입차업체들이 이 기간에 재고를 소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는 생산량 조절을 통해 재고 조정을 미리 하기가 쉽지만, 수입차는 이미 들여온 차를 본사에 반품할 수도 없어 재고 처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업체별 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2015년 유로6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할인 경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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